With whom: 멈추고 싶은 순간이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
내 인생 영화 중 하나. <어바웃 타임>. 어느덧 일곱 번이나 봤다. 처음엔 레이첼 맥아담스가 사랑스러워서 계속 보기 시작했고. 그다음은 큰 교훈을 주는 메시지가 감동적이라 또 찾게 됐고. 나중에는 결혼이라는 특별한 날 장맛비 날씨 속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끊임없이 웃을 수 있는 팀과 메리가 신기해서 그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저런 상황 속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구나.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하긴 쉽지 않았다. 꽤나.
작은 일에도 불평불만을 드러내며 화내는 사람 옆에서는 애써 행복해야 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이미 벌어진 일을 시작부터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옆에서는 애써 침착해야 했다. 상황을 똑바로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무작정 화를 내는 사람 옆에서는 애써 나라도 괜찮아야 했다. 그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해.
나는 정말 행복했고, 침착했고, 괜찮았지만. 그의 반응으로 인해 '애써'라는 말이 붙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내 기분도 다운되었지. 같이 웃기도 모자란 시간에. 누가 다친 것도, 인생에 있어 큰 이변이 생긴 것도 아닌 일로 그렇게 기분과 시간을 망가트려야 했을까. 내 시간과 기분을. 그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영화를 꺼내 봤을 땐, 비를 쫄딱 맞고도 웃고 있는 낭만적인 모습을 그려 봤다. 애써 말고. 정말 편안히 행복한 우리를. 팀과 메리처럼.
한 여름, 장맛비가 살벌하게 오던 날. 쌩하니 달려가는 차. 그리고 스타벅스 앞을 지나다 빗물에 홀딱 젖은 우리. 이렇게 구체적이게 그리진 않았는데. 내가 그린 모습이다. 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동시에 웃음이 터진 당신과 나. 약속한 적도 없는 데. 우리는 엄청 웃었다. 하늘과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그 상황에서 누군가 화를 내거나 욕을 뱉었더라면 그날의 분위기를 못 느꼈겠지. 소중한 그 표정도 못 봤을 거야.
한 여름, 장맛비가 살벌하게 오던 날. 그 거리를 당신과 걸어서 다행이야. 그때부터였을까. 그런 순간도 낭만으로 함께 그릴 수 있는 사람 옆에 그럴 수 있는 사람으로 오래 남아야겠다고 느낀 게.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