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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Dec 08. 2016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파리의 자세

유럽의 하늘 하면 흔히들 커버 사진과 같은 파란 하늘과 선명한 구름들을 상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서울에 비해 선명하게 비교되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높은 위도에 걸맞은 뚜렷한 구름층들.


하지만 파리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으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이다. 

특히 교통량이 많은 파리는 자가용 배기가스가 대기오염 원인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 정도가 심각하여 이에 파리, 멕시코시티, 마드리드, 아테네 등 4개 도시에서는 2025년부터 디젤 차량 운행 금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파리는 또한 작년 21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때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95개 국가가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서명하였다. 


COP21 당시 지하철에 붙여졌던 광고.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패러디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파리가 서울보다 오염됐을까?

파리의 미세먼지

특히 올 겨울 파리는 근 10년간 가장 심한 대기오염을 기록했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센느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이 뿌옇게 보일 정도이다. (평소엔 맑게 보인다.)

지난주 목요일에 파리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146㎍/㎥를 기록했고 이번 주도 내내 80㎍/㎥를 웃돌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세운 환경기준(150㎍/㎥) 및 한국의 환경기준 100㎍/㎥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수십 년간 단련된 나의 폐는 이 정도 오염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날 서울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51㎍/㎥로 파리의 1/3 수준이었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 시에는 100을 초과)

파리는 절대 서울보다 오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갑자기 목이 아프다.


그래서 파리는

허나 이러한 미세먼지에 맞선 파리의 정책은 서울과 크게 구별된다.

파리시는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코자 매일 약 50억 원을 들여 금주 화, 수, 목요일 일드프랑스(파리 및 외곽지역)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하고 14년부터 시행해온 차량 2부제를 어김없이 실시하였다.


이런 파리시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에 박수를 치면서도 서울이 생각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서울은 봄철 황사는 옛말이요 계절을 불문하고 미세먼지에 시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겨울은 북서풍이 몰고 오는 중국의 오염으로 그 정도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봄 잠깐 한국에 갔을 때도 하루 종일 하늘이 뿌옇다 못해 앞이 안 보일 정도여서 마음이 참 아팠고 목도 아팠다. 허나 정부는 그 원인을 애꿎은 고등어구이에서 찾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이에 파리 정치대학 최인순 박사는 서울도 프랑스처럼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꾸려 부처 간 협력으로 장기적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는데, 진정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맑은 하늘이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전설이 되지 않도록.


- 최인숙 박사의 사설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661002

(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미봉책 그친 박근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파리는 영원히 파리이리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짙은 어둠 속에서도 파리의 광채는 약화될 수 없고, 파리는 영원히 파리이리라! 파리의 조명을 더 줄이면 파리의 패기와 흐뭇한 기분, 그리고 영혼은 더 빛난다. 파리는 영원히 파리이리라!” 프랑스의 포크와 소울 가수인 자즈(ZAZ)가 부른 '파리찬가'의 한 대목이다. 영원히 발랄하고 활기차리라던 파리가 뿌연 먼지 속에 빠져 시름거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13년 12월31일 파리는 짙은 미세먼지에 휩싸여 광채를 잃고 6평(20㎡) 크기의 방안에 8명의 흡연자가 모여 담배 연기를 품어대는 정도의 짙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이 현상은 이후에도 반복됐고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일어났다. 파리의 광채를 빼앗고 프랑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가 국토를 뒤덮자 프랑스 정부는 비상대책마련에 나섰다. 국회 상원에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미세먼지의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의 주범을 차량과 난방, 산업활동으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규명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또한 미세먼지 대책으로 2015년 7월15일에 61개의 제안을 국회 보고서로 출판했고, 이 보고서를 세골렌 르와얄 환경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르와얄 장관은 이 제안들이 ‘엄청나게 강경한’ 대책이라고 수긍했고, 프랑스의 미세먼지 비용을 연간 1000억유로(한화 약 132조원)로 산정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도 탄소 미세입자 방출의 주범인 디젤자동차를 오는 2020년까지만 운행하도록 하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이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를 공제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도시 전지역에서 전기차를 임차해 사용할 수 있는 '오토리브'(Autolib) 공공 서비스와 공용자전거 대여 서비스 '벨리브'(Velib)를 활성화하고, 카풀이나 자동차 공유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도 개발할 계획이다. 외곽순환선에서는 자동차 운행속도를 시속 80km에서 70km로 제한하고, 수도권에서는 가장 오염이 심한 차량의 운행을 금지할 방침이다. 대기 청정 우선지역을 지정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서울도 파리만큼은 아니지만 미세먼지로 뿌옇게 얼룩져 숨을 편히 못 쉬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그간 이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의 고비사막에서 오는 황사로 규정했지만 최근 들어 경유차와 고등어구이가 주범이라고 말해 적잖은 논란을 빚었다. 어떤 근거로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둔갑했는지 웃음만 나왔다. 논란 끝에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경유차에 대한 혜택을 폐지했고, 경유값을 당장 인상하지는 않지만 나중에라도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야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같은 정부·여당의 대책이 매우 미흡하고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대책이라고 봤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박근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과거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민 건강과 경제, 그리고 도시의 생활환경과 결부된 중차대한 이슈인 미세먼지의 원인 규명과 대책을 24일 만에 처리한 박근혜 정부의 졸속 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프랑스처럼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세먼지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대책을 장기적으로 세부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처 이기주의를 접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미세먼지와의 '전투'에 여러 정치적 주체가 함께 '참전'해 장기적 안목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승리로 이끌려 하지 않는가. 도시가 광채가 나고 건강해야 시민들의 삶이 활기차게 된다. 뚝딱 내놓은 졸속 무기로는 도시를 뿌옇게 물들이는 미세먼지와의 전투에서 싸워 이길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모색하고 특히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협치’의 진짜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www.news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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