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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Dec 15. 2016

프랑스 대학생이 노는 법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면 끝없는 MT와 술자리들이 생각난다.  

특히 동아리를 세 개(방송반, 밴드, 샹송 동아리)나 할 정도로 학교 생활에 심취했던 나는 방학 때도 학교에 살다시피 했다. 학기 중엔 봄, 가을 축제 준비하랴 연말 공연 및 시사회 준비하랴 늘 빽빽한 스케줄로 쉴 새 없이 지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4년이 후딱 지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다 무보수 노동이었지만 그때는 밤을 새도 뭐 그리 즐거웠는지. 동아리 빼면 대학생활이 얼마나 심심했을까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때 했던 경험을 회사는 물론 파리에서도 유용하게 써먹고 있어 여러모로 내 삶에 큰 이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리의 학교에 오게 되며 이곳의 대학생들은 어떻게 놀지 참으로 궁금했다.    


교환학생을 했던 도시 Rennes는 학교 안에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지원되었는데 그 덕에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연주도 했었다. 또한 음주가무로 유명한 학생도시여서 매주 목요일은 광란의 밤거리가 되는 곳이었다. 그 명성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파리에서도 그 도시에 살다 왔다고 하면 다들 으레 술은 잘 마시겠거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Rennes와 상관없이 한국인이 술로 인한 당분 섭취가 세계 1위라고 할 만큼 우리는 술을 자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술로는 프랑스와 경쟁이 안된다 생각한다.


파리 대학생은 뭐하고 놀지?


물론 이는 학교마다 전공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예술 경영을 공부하는 우리 학교를 기준으로 말하면 한국에 비해 매우 귀엽다고 볼 수 있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 답게 쉬는 시간 혹은 수업시간 중 딴짓도 한국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하는데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크로스워드 퍼즐(가로세로 낱말퀴즈)을 사랑한다.

아직도 지하철 무가지가 배포되는 파리는 두 종류의 무가지가 있는데 그 뒷면에는 늘 오늘의 운세와 크로스워드 퍼즐이 있다. 아이들은 등교길에 그걸 들고 와 서로에게 오늘의 운세를 읽어주고 그날의 크로스워드 퍼즐을 다 같이 모여서 푼다. 하루치를 다 풀어버리면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푼다. (귀엽다.) 몇 번 같이 시도해봤으나 프랑스애들도 골머리를 썩이는 어려운 단어들의 향연이어서 나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리고 딴 짓의 1위는 채팅인데, 우리의 카톡 단톡방 대신 모두가 페이스북 단체 채팅에서 쉴새 없이 떠든다. 그리고 Gif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누가누가 웃긴 Gif를 찾나 내기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최근엔 그러한 이유로 학교가 facebook을 막아버려서 그 기세가 좀 주춤한 편이다.


공강이 있는 시간에는 학교 휴게실에서 수다를 떨거나 학교 앞의 카페에 가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에스프레소를 시킨다. 그렇다, 맑은 날 오전 파리 노천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신다. 나도 이제는 아메리카노의 맛을 잊어버린 것 같다.


수업이 끝난 후는 누군가 바람 잡지 않는 이상 다들 얌전히 집에 간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대학(그리고 회사)은 일과 후 한잔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여기는 물가 탓인지 문화 탓인지 대부분은 각자 귀가한다.

그러다 삘받는 날이 오면 학교 앞의 브라스리에 가서 간단히 한잔 하는데 우리가 사랑하는 메뉴는 와인과 샤퀴트리, 치즈 플레이트다. 사뭇 양이 적어 보일 수 있으나 먹고 마시고 떠들면 어느새 배가 부르다.


파티가 있을 때는 주로 한 명의 집에 모두가 모여서 파티를 하는 편인데, 대부분의 스와레(파티)가 그렇듯 각자가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을 들고 와서 즐긴다. 한번 한국 술을 맛보게 해달라는 성원에 막걸리와 청하를 가져갔는데 청하는 사케 같다고 좋아한 반면 막걸리는 밍밍한 탄산 우유 같다고 영 반응이 별로였다. 대부분 맥주와 와인을 마시고 안주는 간단한 다과이다. 파티는 보통 늦게 시작하여 늦게 끝나는데 흥이 오르면 클럽을 가기도 한다. 안타깝게 노래방이 보편화되지 않은 파리여서 노래가 부르고 싶을땐 집에서 다 같이 유튜브를 틀어놓고 따라 부른다. 그래서 모두 한국에 데려와서 노래방 문화를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생일 선물은 모두가 돈을 모아서 큰 선물을 하나 사주는 편이다. 모금방법이 상당히 신선하다고 느꼈는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본인이 금액을 지정하여 결제한다. (테크놀로지!) 그래서 N빵이 아니고 각자가 내고 싶은 대로 내는 합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는 한국과 반대로 생일이 지난 후에 파티를 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보통 생일 주 주말에 파티를 연다. 한국은 생일 후에 하는 것을 꺼린다고 했더니 서로 신기해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꼭 케이크를 구워와서 촛불 켜고 노래하고 초를 분다. 사랑스럽다.


이외 여가생활로는 전반적으로 예술에 관심이 많은 애들이어서 그런지 문화생활을 많이 하는 편인데 핫한 공연과 전시가 있으면 너도나도 다녀와서 후기를 공유하고 같이 가기도 한다. 학생 할인이 많은 파리인만큼 더욱더 활발하게 관람하는 것 같다. 또 공연분야에서 일하는 아이들도 많아 초대로 공연을 볼 기회도 종종 있다. 나도 그렇게 동기들을 몇 번 초대했다.


자취를 하는 아이들은 주말에 부모님 집으로 가는데 그 빈도가 한국에 비해 매우 잦다. 내 기억으로 한국의 동기들은 거의 방학 때 부모님 집에 가는 반면 이들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간다. 거듭 이들의 가족 사랑을 느낀다. (부모님이 갑자기 보고싶다)


결국 한국과 같은 MT문화는 없지만 이를 매일 매일의 소소한 스와레로 채워나가는 파리 대학생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MT도 밤새 마시려고 가는 것이니까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도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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