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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Jan 04. 2017

급이 다른 파리의 추위

파리에 살며 새삼 느끼는 것은 한국의 사계절은 생각보다 훨씬 더 뚜렷하다는 것이다.

봄여어어어어름갈겨어어어어울인 한국은  여름-겨울 간 기온차가 50도에 육박할 정도로 그 편차가 심한데 이는 파리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탓에 이곳에서는 때아닌 기온 부심이 있다. 이들이 5도, 6도에 춥다 엄살떨며 서울은 몇 도냐고 하면 쿨하게 영하X도를 외쳐주면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말도 안 돼!'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별로 없고 여름도 30도를 넘어가는 날이 별로 없는 파리는 그래서 살기에 참 좋다고 느껴진다. 한겨울에 가죽재킷 하나만 입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니까. 올초 왔던 친구는 파리의 따뜻한 기온에 놀라며 이래서 파리가 패션의 도시라며 신선한 코멘트를 남겼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파리에서 추위를 많이 탄다.


왜?


문제는 이 온화한 기온이 정작 나를 더 춥게 만든다는 것이다.

극심한 기온차로 인해 일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에어컨, 보일러가 보편적인 한국에 비해, 파리는 바깥공기가 온화해서 그런지 실내온도 유지에 다들 무심하다. 회사에도 심지어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며 학교에는 선풍기조차 없다.


또한 파리는 칼 같은 도시 보존으로 인해 리모델링이 되지 않은 낡은 집들이 대다수이고 (단열에 탁월한) 베란다가 없는 집도 수두룩하다. 태풍이 없는 지역인지라 오픈형 베란다가 대다수이며  한국식의 폐쇄형 베란다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인데 족히 50년은 넘은 이 집은 이중창도 아니고 창틀은 심지어 뒤틀려서 겨울엔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도 않는다. 물론 이는 유지보수에 게으른 집주인을 탓해야겠지만 비싸서 안 갈아주겠다니 꼬우면 다른 집을 찾아 나서야 한다. (4개월째 찾는 중인 건 안 비밀) 고로 외풍이 자유롭게 드나들어 바깥 온도와 별로 차이 없는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처럼  온돌이라는 축복받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벽에 붙은 조그마한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난방을 틀어도 윗 공기만 따뜻하고 발이 시린 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디폴트로 5만 원가량을 내는 전기세 때문에 무서워서 난로를 맘대로 켜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전기장판도 마찬가지)


추위를 피하는 방법


그래서 추위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한용품을 구비하게 되었는데 이때 깨달은 게 있다. 바로 소품으로 착각했던 러그와 담요의 용도이다.

해외의 핫한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면 죄다 러그와 담요로 장식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소품이 아니고 생존 필수품인 것이었다. 한국은 러그가 무슨 필요인가 이미 따땃한 구들장이 있는데. 여기서는 러그 외의 마루에 발을 대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물론 맨발로 다니지도 않는다. 겨울을 나기 위한 수면양말 및 실내용 털실내화도 필수품이다.

한국에서 겨울에도 면티 하나 입고 집에서 따뜻하게 생활할 때 파리에서는 한국에서 사본적도 없는 후리스를 항시 착용하고 있다. 후리스 발명한 사람 상 줘야 한다.


그리고 침대 시트 위에는 극세사 요를 깔고 그위에 몸을 누이고 극세사 이불을 덮고 솜이불과 오리털 이불을 곁들인다. 이러면 따뜻하게 잘 수 있으나 얼굴을 내놓으면 코가 시리기 때문에 머리까지 이불을 덮고 잔다.


올 겨울은 작년보다 훨씬 추워서 벌써 눈도 두번이나 내렸는데...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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