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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Oct 24. 2016

프랑스인들의 부산행 후기

2016년 8월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 부산행.

칸 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스 부문에서 초연되었고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대상 및 멜버른 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며 프랑스에도 8월에 개봉하여 26만 명가량의 관객을 모았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지인들 덕에 두 번이나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호러영화를 좋아하지 않아 한국이었다면 관람에 꽤나 고민을 했을 테지만 한국영화 구경이 쉽지 않은 프랑스에서는 옳다쿠나하고 감사히 보았다.

그리고 많이 무서웠다 ;)


프랑스판 부산행 포스터 : "아시아에서 온 블록버스터"라는 현란한 문구라니!


개인적으로는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라는 것 이외에는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영화 관람 후 프랑스인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모두들 내 예상과는 달리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해주어 내가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괜스레 한국인으로서 뿌듯했다. (물론 한국영화는 프랑스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문화 분야이다.) 내게 당연한 것이 상대에겐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그들에게 그 당연한 것들을 설명해주면서 전에는 의문 가지지 않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하다 느껴  기록해보고자 한다.


(스포일러 포함)


스토리

- 단일 감정선의 프랑스 영화에 비해 부산행은 다양하고 강렬한 감정선(희로애락)이 공존

- 기차역을 지남에 따라 주인공의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로 발전해 나감. 메타포로서의 기차의 역할이
  설국열차와 유사하다. (또 다른 예로는 '하이라이즈'가 있다.)

- 한국영화는 먹고 마시는 장면이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유일하게 그런 장면이 없다. 다 먹은 버거킹 봉지와
  동생에게 거절당한 삶은 계란이 유일

- 어린아이가 핸드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게 의외 (프랑스 아이들은 초등학생 말쯤 핸드폰을 갖는다고 한다.)


캐릭터

캐릭터의 큰 맥락은 미국 영화와 흡사하단 평가를 받았다.

    - 중립적 남성상의 주인공 : 미국 좀비 영화는 마동석 같은 근육질 마초가 주연인데 반해 부산행은 두 번째
      주연. 주인공은 고귀하고 올바른 캡틴 아메리카 같은 느낌이다.

    - 감초 거지 캐릭터 : 미국 영화의 늙은 미치광이 노숙자와 같이 복선을 암시하고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하는 현명한 거지 캐릭터가 나온다.

또한 마초 영화란 평가를 받았다. (내 입장에선 그래도 기존 영화들보다는 낫다 생각했는데 프랑스인들 눈에는 아니었나 보다.)

    - 강한 여성 캐릭터의 부재 : 그들은 악을 퍼트리는 이브 같은 존재(가출 소녀) 거나 보호받는 존재(임산부,
      아이, 노약자) 거나 억압받는 존재(여고생) 거나 파멸시키는 존재(할머니)이다.

    - 생존자 간 불화가 있을 때 중년 남성의 발언만이 힘을 얻고 여고생과 할머니의 말은 무시당했다.

    - 바쁘게 일하며 가정에 소홀하여 욕먹는 아버지들의 동병상련이 나오며 결론적으로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으로 마무리 지어  이상적 아버지상을 제시하고 기존의 가치관을 강화한다. 이는 프랑스 영화와 동일.

 

아쉬운 점

    - 주인공의 마지막 플래시백은 눈물을 짜내기 위한 전형적 한국영화 감동 코드

    - 대전역에서 유리문 잠그려고 애쓰는 것은 옥에 티 : 야구방망이로 이미 한번 닫아 놓고선!  

    - 영화 전개를 위해 생존자들이 머뭇거리는 답답한 상황이나 기차에 치여도 금방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

    - 공유가 마지막에 팔을 자르고 인간으로 남을 줄!


기발한 점

    - 동생 할머니의 마지막 돌발 행동

    - 살아남은 악연 반전

    - 마동석 첫 등장 씬의 고차원 유머


다음 주에는 제 11회 파리한국영화제가 개막하는데, 그 작품들은 어떤 감상이 나올지 참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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