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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Mar 05. 2017

프랑스에는 영화 무제한 요금제가 있다?

'파리 신드롬'을 이야기하며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간단히 이야기했었는데, 숱한 영화인들에게 뮤즈가 되는 것과는 별개로 프랑스는 영화를 논함에 있어 빼놓고 말할 수가 없는 나라이다. 오늘은 이번 주 수업에서 영감을 듬뿍 받은 프랑스와 한국의 영화 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프랑스는 영화의 종주국이다.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세계 최초로 영화를 대중에게 공개 상연한 것을 기점으로 영화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참조 : 표지 사진 'Cinématographe Luimière), 그 이후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또 아날로그 영화에서 디지털 영화로 한 세기 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시작된 영화산업은 미국이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을 만들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또한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정치적 탄압을 받은 유럽의 거장들이 대거 미국으로 넘어가며 미국 시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는 미국보다 시장규모는 작음에도 종주국의 명성을 가지고 깐느 영화제, 마르세유 영화제, 도빌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를 유치하고 있다. 


사실 미국 영화의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대단해서 프랑스 내에서도 미국 영화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중이다. 미국 시장의 기세로 자국 영화 시장이 자취를 감춘 경우가 안타깝게도 굉장히 많은데, 21세기 초 영화산업을 이끌었던 이탈리아, 독일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자국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어마어마한 프랑스도 정작 44%로 한국보다 뒤처지니 말 다했지. 각국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미국이 95%로 압도적인 1위이고, 인도(91%), 일본(58%), 중국(54%), 한국(50%), 프랑스(44%)가 뒤를 잇는다. 


프랑스에 오기 전에는 한국 영화를 다소 과소평가했는데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튼튼한 산업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참으로 뿌듯했다. 한국에서도 당연히 내 친구들은 모두 영화를 좋아했고, 우리 또래의 가장 흔한 문화활동 혹은 데이트 코스는 영화였으니까 으레 다른 나라들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지. 


2015년 한국 박스 오피스 순위는 베테랑, 암살, 어벤저스, 국제시장, 내부자들, 사도, 킹스맨, 미션 임파서블, 연평해전, 쥐라기 월드 순으로 10위권 내 4개가 미국 영화였고, 2016년은 부산행, 검사외전, 캡틴 아메리카, 밀정, 터널, 럭키, 곡성, 인천상륙작전, 닥터스트레인지, 덕혜옹주 순으로 단 2개의 미국 영화만이 순위에 올라갔다. 반면 프랑스는 4위의 Les tuches 2 (코미디 영화)를 제외하곤 모두 미국 영화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영화산업: 한국 VS 프랑스

사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도 프랑스 영화 시장을 찬양해서 당연히 프랑스 시장이 한국보다 더 크겠거니 하고 궁금증에 영화진흥원 통계를 찾아봤는데, 결과는 의외로 놀라웠다. 

극장 수, 스크린 수를 제외하고 모든 부분에서 한국이 프랑스를 앞서고 있던 것이다. 

우선 2015년 기준 연간 영화 관람객은 한국이 2.2억 명인 반면 프랑스는 2.1억 명으로 비슷하나 1인당 평균 관람 횟수는 한국이 4.2회로 프랑스의 3.2회를 웃돈다. 총매출액도 한국이 1조 7천억 원으로 1천억 원가량 앞서있다. 반면 스크린 수는 터무니없이 차이가 났는데 프랑스가 5,741개인 반면 한국은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24개였다. 그렇지만 국토도 프랑스보다 36배 작고 인구도 더 작으니 극장을 갈 기회(거리로 인한 귀차니즘을 극복할 의지 등)은 한국이 낫다. 

다만 프랑스는 교육 과정에 영화 관람을 꼭 포함시키고 정부차원에서 교육과정 별 추천 영화를 제시해주니 한국보다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시험 기간 후 방학 이전까지의 잉여기간 동안 선생님이 선심쓰듯 우리가 보고싶은 영화를 보게끔 해주셨는데 대다수가 블록버스터영화였던 기억이 난다. 딱 한번 고3 불어 시간 때 '금지된 장난'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수험기간의 노고로 안타깝게 졸고말았었다. 


이렇듯 수치적으로 보면 한국인들이 영화를 훨씬 더 많이 본다. 그래서 다음날 자랑스럽게 반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상업적 영화에만 편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성영화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는 전체 개봉편수의 30%가 채 되지 않으며 관객 비중은 무려 3.8%에 불과하다. 게다가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시 같은 영화도 다양성영화에 포함되니 실제 현황과는 또 크게 다를 것이다. 

프랑스는 애니메이션 세계 3대 시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애니메이션 영화도 무수히 많이 나오고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및 배급도 잘 이루어져 대형 극장에서 쉽게 관람이 가능한 반면, 한국은 흥행작이 아닌 소위 다양성영화의 경우는 제한된 소수의 극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국민들이 자국영화를 사랑하고 즐겨본다는 점은 뿌듯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극장 무제한 요금제

프랑스 극장에는 신박한 제도가 있는데 바로 무제한 월정액 요금제이다. 월정액 2만 원~ 2만 5천 원가량을 내면 제휴 극장에서 무제한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90년대 UGC사가 도입한 이 시스템은 대 성공을 거두었지만 경쟁사들이 모두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되어 정부의 제재로 경쟁사들도 동일하게 무제한 월정액 카드를 도입하게 되었다. 영화 좀 본다는 친구들은 다들 가지고 있는 카드인데 나도 만들까 하다가 최소 1년간 유지해야 하는 점 때문에 가입하지 않았다. 

영화값이 1만 원부터 1만 5천 원까지 다양한 파리에서 한 달에 2-3번만 관람한다면 분명히 이득인 카드인데  매달 꾸준히 그렇게 볼 자신도 없고 또 제휴 극장 외의 극장은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전을 못 뽑는 사람도 상당하다, 반면에 이 카드 덕에 하루에 한 번씩 관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 도입된다면 무조건 가입할 생각이다! 



* 참고문헌

영화진흥위원회, 201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CNC, géographie du cinéma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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