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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Oct 24. 2016

근로자의 천국, 프랑스에서 일하기

한국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다 프랑스에서 일을 해보니 컬처쇼크를 겪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방산업에서 공연업으로의 격한 업종 전환도 한몫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나라의 근로 환경은 극과 극이라 해도 좋을 정도이다. 무려 3,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노동 법전이 존재하는 나라답게 노동자의 권리가 잘 존중되고 있었다. 물론 잦은 파업으로 노동권에 대한 참의미를 되새기게끔 하지만.


휴가

한국에서 유럽업체와 일을 하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툭하면 휴가 가고 제시간에 답 안주는 그들 때문에 애간장이 타들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과연 프랑스는 휴가가 많았다.

한국의 법정 휴가는 15일, 프랑스는 35일이다.

그 말인 즉 7,8월은 프랑스 전국이 휴가라는 말이다. 혹 그 기간에 파리에 머무른다면 교통체증 없고 지옥철없는 쾌적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격무에 치여 시간이 없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마땅한 계획이 없거나 혹은 짭짤한 연차비를 받기 위하여 2주의 휴가도 채 쓰지 않는 반면, 이곳은 일반직원은 물론 간부들도 3주의 여름휴가는 기본이며 나머지 2주의 휴가도 연말에 몽땅 사용한다. (오히려 직급이 높을수록 휴가를 더 많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휴가 내서 해외여행 가는 것에 적지 않은 눈치를 주는 한국과 달리 서로가 휴가 계획을 공유하고 여행사진을 자랑하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특히 여름휴가는 한 해의 시작(9월)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재충전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일을 해?"라는 동료의 반문은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휴가기간 동안 먼 곳 (남미, 아프리카 혹은 몽골)으로 여행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5주는 차치하고 2주의 휴가라도 연달아 쓸 수 있다면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급감하지 않을까? 적지 않은 동기들이 5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을 보면 개인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큰 손실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물론, 그 이전에 개인의 휴가를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선행되어야 함은 필수이다. 고작 며칠의 연차에도 회사 연락에 항상 스탠바이 해야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과 달리 프랑스는 휴가 간 사람에게 긴급 업무가 발생하면 인계자가 처리하거나 복귀 이후로 일정을 미룬다. 그래서 답답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휴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굴러간다.


근무시간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35시간으로 한국보다 하루 1시간 덜 일한다. (간부는 시간제가 아닌 근무일수로 계산) 추가 근무 시에는 돈으로 지급하기보다는 휴가로 제공하는 편이다. 그래서 10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꿈만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간부들은 물론 일을 더 많이 하지만 그것도 최대 8시 부근이지 한국처럼 11, 12시에 퇴근하지는 않는다. 또한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로 금요일에는 지방의 가족을 방문하러 4시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때는 유연하게 일찍 퇴근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디 일하겠나? 싶지만 개인적으로 전 회사와 비교하였을 때 업무 집중력은 프랑스가 더 높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회사에서는 커피 마시러 카페 가고, 담배 피우러 나가는 등 업무 시간 중 자리비움이 잦아 집중도가 떨어지고 면피성 야근이 잦은 반면, 이 곳은 점심시간과 회의시간을 빼곤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커피도 커피머신에서 뽑아서 자리에서 마시며 일하는 게 굉장히 큰 차이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역시 절대적 근무 시간이 적기 때문에 해외업무 시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월말 마감을 늦게 하는데 그러면서 한 번은 몇 년 전 누락된 계산서를 재청구하는 것도 보았다. 반면에 론칭 행사나 프레스콜 같은 것은 한국만큼 신속하게 처리해서 미스터리이다.


호칭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호칭 문제였다. 직급별 상하관계가 엄격한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언어적으로도 존댓말이 존재하긴 하였으나 이는 나이보다는 개인의 친밀도에 좌우되는 것이어서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보통 손윗사람이 반말을 제안하면 말을 놓는데 회사에서 극존칭의 존댓말만 쓰던 나에겐 너무 가혹한 미션이었다. (직함 없이 이름으로 상사를 부르다니!)

넘버 쓰리의 영업팀장이 막내인 나에게 반말을 권했을 때 정중하게 반말을 쓰고자 굉장히 애를 먹었었다. 왜냐면 반말은 친구들 사이에서만 쓰던 편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첫 몇 주간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사용하다 지금은 얼추 예의 바른 반말을 구사하는 중이다. (사실 한글로 반말이라 적긴 하였는데 한글의 반말하고는 또 뉘앙스가 다르다.) 그래서 현재는 과반수 이상의 직원에게 반말을 사용하며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를 한글로 적으면 부장에게 "ㅇㅇ야, 서류 첨부로 보냈으니 확인해봐~" 정도가 되어 충격적이긴 하지만 애초에 프랑스는 나이에 구애받는 사회가 아니고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장점인 사회여서 대든다, 싸가지가 없다라는 표현이 무색하니 한국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식권

한국의 회사에선 한 달에 일정 금액의 식대가 지원이 되고 사내식당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 밥값 부담이 덜하였다. 이 곳에서도 하루에 한 장씩 식권(Ticket restaurant)이 나오는데 이걸로 식당뿐 아니라 마트에서 장도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반일 근무시엔 나오지 않으며, 마트에서도 식료품 구매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 잔액은 환불되지 않으니 금액에 맞춰 구매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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