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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Oct 24. 2016

도대체 왜 프랑스가 선진국이지?

느림의 미학은 개나줘

프랑스는 유명한 것들이 참 많은데, 느린 서비스행정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나 역시 스무 살 때 그 명성을 몸소 체험하고는 프랑스의 불편함에 대해 동기들과 열띤 토론(이라 적고 고생배틀이라 해석한다)을 하였는데, 신기한 것은 스물일곱 먹고 다시 프랑스에 돌아오니 그게 더 이상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간 사회 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빨라진 것은 절대 아니고, 스무 살 때 고객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프랑스 특유의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다시 보게 되었다.


서비스업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일요휴무

한국은 너무 당연하게 모든 가게들이 일 년 내내 영업을 하며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늦은 시간까지 쇼핑이 가능하다. 또한 축복받은 야식의 존재로 원한다면 새벽까지 쉴 새 없이 먹고 마실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8시 이후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으며 일요일에 영업하는 곳 역시 극소수이다.

일례로 강남역의 자라는 10시 30분까지 영업을 하여 퇴근 후 맥주 한잔을 하고도 쇼핑을 할 수가 있다. 반면 지금 집 앞에 있는 자라는 7시 30분에 문을 닫고 일요일엔 영업도 하지 않는다.

토요일에 장을 보지 못하면 일요일에 먹을 게 없는 사태도 간혹 발생한다.

고객의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으나 입장 바꿔 생각하면 자영업자들의 쉴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니 옳은 제도라 할 수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네 부부를 보면, 일 년 내내 휴일 없이 휴가 없이 쉴 새 없이 일을 하셔 명절에도 얼굴을 볼 수 없는 정도이다.


점원이 왕

또 다른 큰 차이는 식당이나 가게에서의 점원의 태도이다. '여기요', '이모' 혹은 벨을 눌러 점원을 부르는 한국식 시스템은 참으로 빠르고 간편하다. 계산 역시 웬만한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나가면서 곧장 하는 편이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다면 프랑스에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속이 타들어간다. 우선 가게문을 열고 점원의 안내를 받은 후 메뉴판을 받아 들고 메뉴를 고르고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옛날에 불어 교재에서 점원을 "Garçon"이라고 부르라고 되어있었지만, 단 한 명도 그렇게 점원을 부르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물론 급하면 손을 들거나 눈을 마주치면 되지만, 대부분은 "J'arrive! (가요!)"를 외치고 오지 않는다. 그래서 점원을 뫼시고 내 주문을 받아주십사 청원하면 주문을 받고 음식이 나온다. 음식을 다 먹으면 계산서를 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주지 않으며 계산서를 준 후에도 한참 후에 오고, 만약 카드로 계산한다면 카드기를 들고 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대부분의 서버가 아르바이트가 아닌 생업으로 일을 하고 구역별로 고객을 담당하고 매출 집계도 하니 본인 구역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단골의 개념이 한국보다 뚜렷하여 서버별로 단골이 따로 있다. 이는 무리하지 않는 이 나라 사람들의 성격 또한 반영된 것이라 생각이 든다. 더 신속히 열심히 웃으며 일하면 팁도 받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는달까.


그런 면에서 팁도 받지 않는데 벨소리에 따라 달려가며 초지일관 웃음으로 정해진 업무 외에 감정노동까지 하는 (주로 아르바이트생인) 한국의 점원들이 너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곳처럼 정식적인 직업으로 인정이 되면 점원들에게 갑질하는 무례한 손님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한국은 행정 선진국

프랑스에 살고자 하는 이들은 필수적으로 악명 높은 프랑스의 행정절차를 밟아야만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부터 진을 빼놓기 충분하다.

모든 신분 증명을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은 최소 다섯 부씩 복사하여 캐리어의 공간을 한가득 차지하였는데, 지금은 거의 남지 않고 다 써버렸다. 자국민으로서 한국에서 겪을 필요가 없는 모든 신분 확인 과정을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겪으려니 더욱 고되었는데, 다행히 나의 경우엔 평균보다 빠르고 이상 없이 모든 절차가 진행되어 하늘에 감사하는 중이다.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간단히 그 과정을 설명하자면, 프랑스에서 비자를 받고 입국 후 최대한 빨리 이민청에 입국도장이 포함된 여러 서류를 등기로 송부하여 예약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후 예약 날짜를 '우편'으로 받은 후에 정해진 날짜에 이민청에 가서 서류 접수를 하여야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 파리의 체류증 갱신은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여 감탄하였다 중앙집권화 만세.) 또한 은행 계좌를 열 때도 다양한 신분증명서류가 필요하며 개설 후 한 달 정도 후에 '우편'으로 입출금 카드를 수령할 수 있고 은행에서 지정한 비밀번호를 '우편'으로 보내기 전까지 카드 사용이 불가하다. 학생 신분의 세입자라면 프랑스 정부의 주택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서류 접수 후 모든 결과는 '우편'으로 온다. 만 26세 미만의 학생은 반값의 1년 교통 정액권을 '우편'으로 신청할 수가 있는데 이 역시 한 달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외에 보험, 전기 등등 모든 것을 '우편'으로 소통한다.


전자결재 및 민원 인터넷 신청도 일상화가 된 한국에 비하면 솔직히 너무 불편하다. 굳이 변호를 해보자면 정확한 업무 처리를 위해 모든 것을 서류로 하는 게 아닐까라는 것 정도? (업무 메일 저장이 중요한 것처럼) 하지만, 직원의 실수로 7개월 만에 발급된 의료보험 카드를 생각해보면 아쉬운 사람이 따질 때 증거로 내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전산화 대신 복지, 교육, 문화, 예술에 예산을 할애하기 때문에 감수해야만 한다면 세금도 안내며 프랑스 정부의 복지혜택을 입는 유학생으로서는 그저 감사해야지 별 수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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