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에 대한 관심이 정말 크다. 자녀교육서나 육아서는 항상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 특히 자녀 공부와 입시에 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관심이 많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항상 분주하다. 아이가 최고의 교육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정보들을 모으고, 아이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아이를 차로 픽업하고, 숙제를 도와주거나 직접 가르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항상 주변에 귀를 귀울여 아이에게 좋다는 것은 뭐든 아이들에게 해주려한다. 이런 관심과 기대만큼 아이가 따라주지 못해서 속상해 하기도 한다.
엄마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공개 수업을 하는 날이면 학부모들 대부분이 참석해서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직접 와서 본다. 부모 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오셔서 손주들의 수업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회나 학예회 등의 각종 학교 행사 때에도 어떻게든 참가하셔서 아이들을 축하해주신다. 이런 관심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관심이 지나치게 되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춰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다 보면 엄마도 지치고 아이도 힘들어질 수 있다.
주변에 보면 슈퍼맘들이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집안 일도 척척 해내고 아이들 공부까지 시킨다. 슈퍼맘들은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보다 잘 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좋은 교사가 되고 싶고, 모든 아이들에게 잘 해주고 싶으며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 한다. 우리 반 아이들과 옆 반을 비교하게 되고, 좋은 교사가 되지 못하는 모습에 죄책감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좋은 엄마,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열등감이 되곤 한다. 계속 남과 비교하며 더 좋아져야지 하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되고, 이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아이와의 관계만 더 나빠지고 오히려 좋은 엄마,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엄격해지고 욕심이 많아지게 된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아이를 돌보고,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먹이려고 노력했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며 아이에게 항상 웃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려고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해먹이고 옷을 입히며 급하게 본인 출근 준비까지 척척 다 해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만사를 제치고 아이에게 달려갔다. 이렇게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사이에 엄마는 본인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옷을 새로 사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고, 화장이라는 것도 제대로 못해보며 주말에 친구 한 번 만나서 실컷 놀아보지도 못한다.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이미 좋은 엄마이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자신은 좋은 엄마가 아니라면서 더욱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다른 엄마들과 비교를 한다. 비교라는 것은 항상 자기보다 더 능력이 좋아보이는 사람, 뛰어나보이는 사람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열등감이 되고 죄책감이 된다. 이런 열등감과 죄책감이 커지다보면 결국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 ‘나는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아이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하면 엄마들은 본인 탓을 하기도 한다. 내가 더 잘 해줘야 하는지, 부족한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아이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도 생긴다. 아이는 결국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이다. 아이를 엄마와 동떨어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엄마는 아이를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엄마란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슈퍼맘이 되려는 마음을 버리고 지금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는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는지 보듬어주는 게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며, 좋은 학원에 보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엄마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 하거나 부담감을 갖는다면 좋은 엄마가 아니다. 특히 스스로의 상처가 많거나 이루지 못한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아이에게 지나치게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렸을 때 못 먹고 살았으니 우리 아이에게 만큼은 먹고 싶은 거 다 먹게 해줘야겠다는 생각,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우리 아이가 이뤘으면 하는 마음 등에 오히려 아이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엄마들은 충분히 좋은 엄마들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엄마들은 더욱 그렇다. 육아에 대해 공부하고 달라져보겠다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라면 좋은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믿고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으려 하지 말자. 엄마는 자신들을 위해서 투자하거나 소비하려고 하지 않는다. 항상 아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옷 사 입을 돈으로 아이에게 옷 한 벌을 더 해주려 한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우리 반 아이들이 최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담임인 나도 이런 마음인데, 엄마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다만 엄마들이 지금 하고 계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엄마 역할을 하고 있음을 믿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한탄하거나 아이를 포기하려고까지 하는 엄마들도 있다. 하지만 엄마가 스스로를 믿고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도 자신의 가치를 믿고 성장할 것이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란 엄마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집중하며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말한다. 이 콤플렉스를 가진 엄마는 자신의 삶을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찾았으면 좋겠다. 엄마들도 스스로에 대한 꿈을 꾸고 자신의 삶을 이뤄나갈 가치가 있고 권리가 있다. 아이에게 너무 매달리다 보면 엄마들은 자신의 꿈을 잃기도 한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품에서 떠나 스스로 살아가는 시기가 있다. 진심으로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엄마가 점차적으로 물러나 줘야 한다. 좋은 엄마가 되려다가 아이에 대한 실망만 더 커진다. 그리고 아이를 나약한 존재로 만들지도 모른다. 엄마가 조금 멀리 떨어져도 아이들은 스스로 잘 해낸다. 엄마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아이도 지금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좋은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