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관심]-내 아이가 힘이 든다면
"우리 아이가 많이 부족해요. 일 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3월, 상담을 하러 학교로 찾아온 엄마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담임에게 바라는 점들을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한다. 수학을 잘 하게 해달라 하기도 하고, 글씨를 바르게 쓰도록 만들어 달라기도 한다. 엄마들은 학기초 학교에 와서 이런 부탁들을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교사인 나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주고 싶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다. 엄마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시험을 보면 꼭 틀려서 가져오고, 글씨는 삐뚤빼뚤이다. 우리 아이는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고, 예체능도 잘 하길 바라며, 성격도 좋았으면 한다.
부족한 아이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부모 자신과 비교하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안 그랬는데, 얘는 왜 이러지?'
얼마 전 승호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우리 승호가 수학 시간에 제대로 하나요? 단원평가 점수를 받아온 걸 보니 답답하네요.”
승호는 이번 수학 단원평가에서 40점대를 받았다. 수학 점수를 본 엄마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던거다. 엄마의 목소리에서 걱정과 불안이 묻어났다. 결국 며칠 뒤 엄마가 학교로 찾아왔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승호가 집에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승호 아빠가 서울대 나왔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밤마다 승호 수학을 봐주는데, 점수가 오르지 않네요.”
아빠가 승호에게 수학 공부를 어떻게, 얼마나 시키시는지 물어보았다.
“수학 문제집을 풀게 시키고, 모르는 문제는 설명해주면서 목표한 양을 다 풀 때까지 잠을 안 재워요.”
나는 엄마에게 승호가 수업 시간에 잘 참여하고 있으니, 잠을 더 재우고 집에서 수학 공부를 덜 시키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 승호는 소위 말해 다소 산만한 아이였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일어나서 교실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짧은 편이었다. 그 때마다 승호를 다독여 자리에 앉히고 관심을 가져줘야 했다. 하지만 승호는 체육시간에 완전히 달랐다. 축구를 좋아하고 정말 잘 했다. 항상 에너지가 넘쳐서 뛰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를 매일 밤마다 붙잡아 놓고 수학 문제를 풀게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잘 하는 점보다 부족한 점을 더 많이 본다. 아이들의 장점을 키워주고 칭찬해줘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보이면 고쳐주고 싶다. 잘 하는 부분은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승호는 장점이 많은 아이였다. 항상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아이고, 애교도 많으며 무엇보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엄마는 이런 장점보다 부족한 수학 점수가 더 크게 느껴졌나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도 쉽게 못 하는 아이들이 있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몰라서 하지 못 할 때도 있다. 부족한 게 많아 보이지만 그렇기에 아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 아이의 장점도 함께 이야기 해주려고 노력한다.
엄마들과 상담할 때면 항상 걱정이 많으시다.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묻는다. 나는 그때마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보다는 잘 하고 있는 점을 말해준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잘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글씨를 삐뚤빼뚤 하더라도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할 때도 있다. 음악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고, 체육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빈틈이 있는 사람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한다. 아이도 그렇다. 아이들 중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아이가 있는데, 마음 속에 스트레스나 불만족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혹시 아이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길 바라고 있지 않은가.
*본 글은 실제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하였지만, 등장인물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가명으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