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관심]-내 아이가 힘이 든다면
아이들은 가만히 바라보면 부족한 아이들은 없다.
다르게 바라보면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도 한다. 요즘 ADHD(주의력결핍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갑자기 일어서서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거나 혼잣말을 끊임없이 하기도 한다.
4학년 담임을 할 때 준수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3학년 때부터 ADHD 판정을 받아 약을 먹어왔다고 했다. 준수를 처음 봤을 때, 약을 먹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조용한 아이었다. 그런데 준수는 시간이 갈수록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기도 하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나는 준수와 대화를 많이 했다. 아이가 잘 할 때마다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하루에 한마디라도 나누며 관심을 표현했다. 준수와 나는 많이 친해졌고, 1년 동안 별문제없이 잘 지냈다. 학년 말에 준수 엄마와 이야기하다가 준수가 1년 동안 ADHD 약을 먹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약을 먹지 않아도 이렇게 잘 지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도 자주 못하곤 했다. 다만 아이에 대한 목표치를 낮추었다. 전 날보다 조금 나아지면 그 점을 칭찬해줬다. 문제를 일으켰을 때에는 엄하게 하기도 했지만 항상 마무리로 따뜻한 말을 덧붙여주었다. 준수는 1년 동안 나와 잘 맞았다. 쉬는 시간에 내 등에 업히기도 하고, 갑자기 와락 달려와서 안기기도 하면서 나를 좋아해 주었다.
"준수야,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전 음악을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 가수가 되면 선생님한테도 노래 들려줘."
준수가 1년 동안 ADHD 약을 먹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준수를 부족한 아이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지만, 엄마도 준수를 절대 부족한 아이로 보고 있지 않았다. 부족한 게 아니라 조금 다른 아이라는 시각에 아이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이지 않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엄마는 준수를 믿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었다.
연말이 되자 준수 엄마는 그 동안 약을 먹이지 않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다.
"어느 날 새벽에 잠이 깨서 준수 방에 가봤어요. 근데 준수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있는 거에요. 그러면서 '엄마, 잠이 안와' 이러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준수가 약을 먹는 날이면 잠을 못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약을 중단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세계 최고의 발명왕 에디슨이나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아인슈타인, 천재 작곡가이자 음악가인 모차르트는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지만, 학교에서는 매우 산만하며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아였다. 하지만 이들은 커서 세상을 변화시킬 정도의 업적들을 남겼다.
만약, 아이가 산만하다면 ADHD인가를 의심하기 전에 산만함이 장점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산만하다고 섣불리 ADHD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 아이들은 여러 환경과 자극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산만하게 보일 수 있다. 나도 지금까지 산만하게 살아왔다. 한 가지를 집중해서 하지 못한다. 항상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지금 이렇게 책을 쓰다가도 학교 업무를 생각하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한 가지 일을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 아이도 있지만, 5분도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은 몸 안에 에너지가 넘친다. 이들은 뛰는 것을 좋아하고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몸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다. 나는 그들의 집중력이 부족한게 아니라, 어른들의 관점에서 부족하다고 믿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럼 공부는 어떻게 시키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려면 가만히 앉아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엄마들에게 그런 아이들은 공부를 시키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을 억지로 공부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나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시작은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꼬집어서 말해주는 것보다 잘 하는 점을 먼저 찾아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