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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옝옝 Feb 22. 2023

인간은 정말 옳은 방향으로 진화했나?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를 읽고

인간은 정말 옳은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은 정말 옳을까?

아주 먼 옛날, 인류는 사바나에서 맹수에게 들킬까 몸 숨겨가며 겨우겨우 살아남던 존재였다. 어쩌다 사자가 사냥한 고기가 남게 되면 그 다음 포식자인 하이에나에게 양보하고, 또 그 다음 포식자인 독수리에게 양보하고.. 먹다 남은 찌꺼기 고기나 겨우 구해 먹던 나약한 생명체였다.



그런 존재가 어떻게 오늘날 먹이사슬 꼭대기에 앉게 되었을까. 그 배경엔 인류의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 그리고 관료제가 있었다. 다른 동물 보다 다양한 의사 표현을 구사할 수 있던 사피엔스는 협력을 통해 자신들보다 몇 배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었다. 또 문자를 개발해 자신들이 발견한 지식을 후대에 넘겼고, 관료제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게 몇 천 년을 거듭하면서 인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들을 우린 역사라고 부른다.



인류가 만들어 낸 문화 속에는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허구’가 있다. 단순히 몇 개 있을 뿐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개념들은 실제로 거의 허구다. 돈, 정치, 신화, 종교, 회사.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어 낸 허구다. 그 의도는 무엇이냐? 집단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함이다.



태초의 인류에게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무리를 크게 꾸린다고 해도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과는 협력하지 않으려는 본성을 가진 인류는 공통된 ‘허구’를 믿게 함으로써 수천, 수만 명까지 무리를 키울 수 있었다. 같은 것을 믿으면 하나로 뭉치기 쉽다. 예를 들어 고대 통치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교를 믿게 함으로써 백성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고, 신분제를 믿게 함으로써 그들의 입지를 견고히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돈도 누군가 만들어 낸 허구의 산물이다.



죽였을 때 죽는 것은 허구가 아니다. 죽였을 때 죽지 않는 것은 허구다. 우린 종종 이런 허구의 것들 때문에 진짜 소중한 것들을 해치고 있진 않은가.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들은 오해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옳다고 행해온 것들이 오만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자신이 동물 보다 뛰어나다고 믿지만, 과연?

발가벗겨 정글에 던져 놓으면 혼자서는 스스로 아무것도 구해내지 못한 채 오들오들 떨다가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에게 고양이보다 뛰어난 운동신경이 있는가? 코뿔소 보다 뛰어난 근육이 있는가? 모두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큰 목소리로 힘센 척을 하고, 총칼을 차고 으스댄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은 딱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간 스스로도 너무도 빨리 먹이사슬 꼭대기에 앉아버린 탓에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다.



인간은 농경사회를 이룩하여 행복해졌다고 믿지만, 과연?

수렵채집인은 하루에 3-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빈둥거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심지어 그들의 식사가 훨씬 영양가 높았다. 농경사회를 이룩한 뒤 인간의 식사는 훨씬 형편 없어졌을뿐더러, 밀알을 줍는다고 허리 굽혀 일하느라 추간판탈골 같은 병까지 얻는다.



인간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믿지만, 과연?

생각해보라, 왜 세상에 세탁기가 나와도 인간은 편해지지 않는가? 왜 스마트폰이 모든 일을 처리해 줘도 인간은 항상 바쁜가? 인간이 더 나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정말 사실이라면, 왜 우린 아직도 하루에 8~9시간씩 하기 싫어 죽겠는 일에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내일은 정말 더 나은 방향이 맞는가?



책장을 덮고 난 뒤 한참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혼란스러운 게 당연했다. 무려 140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주는 존재해왔다. 그 속에 인간이 살아봐야 100년. 이를 우주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우리는 1년짜리 영화를 0.2초 동안만 들여다본 셈이다. 눈 한 번 깜빡일 찰나. 난 그 한 장면만 보고 그것이 영화의 전부라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다.



어떻게 사는 게 맞을까?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나라는 먼지 한 톨은 오늘도 혼란 속에 살 뿐이다. 그저 확실한 것은, 인생이란 통제한다고 통제되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140억 년 동안 그들만의 설계와 그들만의 뜻대로 있어 온 우주인데, 한낱 내가 뭐라고 내 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통제하나. 신을 믿지 않지만 어쩌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옳다고 믿는 모든 것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과,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겸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화책으로 되어 있어 읽기도 쉬운 데다가 내용과 구성이 너무나도 좋다. 원서 읽기 전에 입문용으로 읽어 봤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나중에 자녀를 낳으면 이 책 꼭 사줘야겠다. 산통 깨는 소릴지 몰라도 갑자기 이 점 또한 독서의 순기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하면 앞으로 자녀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겠다는 나름의 육아 계획이 저절로 세워질 뿐만 아니라 자녀가 읽을 책을 미리 검토할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내 교육관도 녹일 수 있다.


새삼 느끼는 독서의 힘은 실로 굉장하다.




 

• 약 140억년 전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 이것을 빅뱅이라고 한다. 우주를 이루는 이런 기본적인 성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물리학이라고 한다.


• 물질과 에너지가 생겨난 지 30만 년 후, 우리가 원자와 분자라고 부르는 복잡한 구조로 뭉치기 시작했다. 원자와 분자, 그리고 그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화학이라고 한다.


• 거의 40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서 특정한 분자들이 결합해 우리가 생물이라고 부르는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생물학이라 한다.


• 약 7만 년 전, 인류라는 특별한 종류의 생물이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훨씬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인류 문화의 발달 과정을 역사라고 한다.


• 사피엔스는 급부상한 탓에 권력을 잃을까 봐 항상 전전긍긍하는 독재자와 비슷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사바나의 약자였단다. 최초의 도구는 당당한 사자와 포악한 하이에나가 남긴 것을 파먹는 데 쓰였어. 이 사실은 우리의 역사와 심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야. 우리가 왜 그렇게 지위에 대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리는지 설명해 주거든. 불안한 우린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고 위험하게 굴게 되지. 사실 피비린내 나는 전쟁부터 재난까지 역사의 수많은 불행은 우리가 갑자기 꼭대기로 도약한 데서 비롯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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