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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Sep 11. 2023

크로스핏 5개월차의 기록

feat. 고인물들 사이에 던져진 파워 내향인

코로나 시국에 여러 스트레스들이 겹쳐 우연찮게 살이 빠진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벼움과 여리함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약 1년 간 홈트 유지어터로 살아가며 만족스러운 체중을 유지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집에서 하는 운동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고, 한번씩 운동 강박증이 도져버리면 오히려 몸을 망치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홈트를 쉬는 날이 많아지며 운동과 멀어지게 되었지만, 최소한의 체력 유지를 위해 운동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은 은연 중에 계속 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 테니스, 필라테스 등을 다녔지만 그렇게 나와 맞는 운동은 아닌 것 같았고 고민만 하다 놓아버린 운동에 경각심이 생기던 찰나 동네 친구가 크로스핏을 영업하는게 아닌가?


크로스핏이란 운동 자체는 SNS에서 몇 번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어떤 운동인지도 몰랐고, 인싸들의 운동 같아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다. 그치만 친구가 다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의지가 될 것 같았고 마침 크로스핏 박스에 일일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반신반의하며 친구를 따라 체험을 갔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결제를 한 이유는 단순했다. 운동을 하는데 클럽 노래가 나왔고, 노래가 마음에 들었으며, 운동 동작만 사전 연습을 하고 운동하는 내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럼에도 나는 운동을 착실히 수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운동 시간도 너무 맘에 드는데 소비되는 칼로리까지 완벽했다.


같이 다닐 줄 알았던 친구는 날 영업해두고 약 한달 반동안 쉬어버린 탓에 파워 내향인인 나는 박스에 혼자 내던져졌고.. 입에 거미줄을 친 채 운동을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재등록을 하는 날, 관장님은 나에게 예니님은 체험 이후로 등록 안할 줄 알았는데 되게 의외라고 말을 했다.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지도 않고, 외향적이지 않아보이는데 마치 공무원처럼 정해진 요일에 파워 인싸들만 모여 있는 박스를 계속 나오는걸 신기해하신게 아닌가 싶긴 하다.






사실 나도 이렇게 오래 다닐 줄은 몰랐다. 그러나 크로스핏을 하면서 스스로 몸의 변화도 느껴지고, 운동 강박증도 많이 사라진게 느껴질 정도였다. 홈트를 하면서 그래도 근육이 조금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나의 오만과 착각이었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운동이었다. 물론 PT를 받았어도 동일한 결과 혹은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이게 더 맞다 싶은 생각이 든다.


주관적으로 느낀 크로스핏의 장단점

 

1. 짧은 시간에 고효율 운동이 가능하다.

30분 넘어가면 쉽게 질려하는 편인데, 스트레칭을 제외하고 길어야 30분, 평균 20분만 하면 되니 딱 죽겠다 싶을 때 운동이 끝나는게 좋았다. 크게 시간을 많이 안 들여도 와드를 끝내고 나면 소비되는 칼로리도 만족스럽다. 게다가 매일 메뉴가 짜여있어 몸만 가면 된다는 편리함?



2. 운동 못해도 일단 하면 된다.

사실 내가 제일 고민했던 부분인데 운동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박스 분위기나 방향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다니는 박스는 완전 초보자들도 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무게와 강도, 횟수를 조절해주니 할만하다. 다만 와드 돌 때 운동 고수들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는 스스로에게 현타가 올 때가 많다.

관장님이 이런 운동샷 종종 찍어주심

그래도 20lb 짜리 빈 바 들고 푸쉬프레스, 데드, 클린앤저크 하던 내가 나름 무게를 얹어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 할 뿐이다. 데드는 100lb까지 성공했다 드디어..!     



3. 식단 안하지만 유지 혹은 감량이 가능하다.

사실 이건 너무 주관적인 부분이라 객관적인 판단은 안되지만, 실제로 나는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약 2kg 정도 더 쪘는데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살이 더 빠졌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술 마시는 횟수도 훨씬 늘고, 맛있는거 먹는 횟수도 훨씬 늘었지만 먹고 싶은거 다 먹어도 그만큼 소비가 된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붙는 근육은 덤이다. (늘어난 몸무게는 근육 무게라고 정신 승리 중!)



4. 건강하게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하다.

회사를 안 다니면서부터 외부에서의 스트레스가 많이 적어진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스트레스들이 있는데 운동을 가서 풀어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 라운드를 돌 때마다 너무 빡세기 때문에 잡생각도 사라지고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오면 머리가 비워진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받는 스트레스보다 와드가 더 힘들기 때문은 아닐까. 힘듦은 힘듦으로 극복해버리는 긍정적인 효과?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땐 로잉이 짱이다^^ 애증의 로잉



5. 비용은 좀 비싸다.

수업 형식이기 때문에 헬스보다 가성비는 떨어진다. 그룹 PT 느낌이고, 박스에 기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운동을 한다고 해도 헬스만큼 뽕을 뽑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 최소 20만원 이상의 고정 지출이 발생하긴 한다. 그래도 PT에 비하면 싸다고 정신승리 중..



6. 외롭거나 힘들거나 그 어딘가..

갠적으로 박스 고인물들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사람들과 친해질 의지가 없다면 조금 외롭다. (= 나) 그리고 운동 자체에 적응이 안되어 있으면 고강도의 운동이 많이 버거울 수 있다. 처음 한달 차에는 상체 근육이 아예 없어서 운동을 하고 나면 늘 앓아누웠고, 팔을 들지도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오롯이 나의 문제와 의지 차이니 단점은 아니려나?






운동을 하면서 인바디를 재보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그동안 매달 기록을 못한게 좀 아쉽고, 같은 기계로 재보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올 여름 휴가로 7, 8월 호텔을 갈 일이 있어 피트니스 센터에서 인바디를 두 번 재볼 수 있었는데 7월 대비 8월에 골격근량은 0.9kg 증가, 체지방량은 0.3kg 감소, 체지방률 1% 감소하는 등 한달 사이지만 변화가 있긴 했다. 눈바디로는 오히려 좀 더 붙은 느낌이긴 하지만, 식단 조절 하나도 안했던 그동안을 생각하면 양심상 이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4월부터 시작했으니 지금 이 정도도 엄청 다듬어진거겠지 하는 생각!


매일 운동을 가기 전 메뉴를 보고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 운동을 다녀오면 현타가 물씬 밀려오는 날도 있고, 다른 분들보다 훨씬 낮은 강도로 하는데도 따라가지 못하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확실한 건 운동에서 오는 희열과 만족감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운동 밖에 없다는 사실..


크로스핏도 얼만큼 더 할 지 모르겠지만 과연 한 달 뒤엔 무게를 좀 더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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