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
며칠 동안 아이들이 아팠습니다. 처음에는 둘째가 콧물에 가래기침을 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요즘 바이러스성 기관지염이 유행이라고 하네요.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아 조심하라고, 특히 첫째에 옮길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듯이 조심한다고 막을 수 없는 것.
코로나도 그랬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첫째도 콧물이 나더니 엊그제는 열이 39.9도까지 올라 새벽에 끙끙거리며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약 먹기 싫어 몸부림 치는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약을 먹이고, 달래고 어르며 다시 재우고 나니 새벽 5시. 잠시 누웠지만, 혹시나 또 오르지 않을까 수시로 아이의 이마를 만져보다 어느새 아침이 됐고, 결국 이날은 유치원 등원을 하지 않고 쉬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었죠.
어제만 해도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아 염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오늘 아침부터는 열이 떨어져 다시 유치원에 등원했습니다.
다시 출근해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도 한 잔 하니 사무실 제 자리가 새삼 소중하네요.
첫째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배앓이가 심해서 분유도 젖병도 특별한 것 찾아야 했고, 지금도 락토프리 우유만 마시고 있습니다. 배앓이 아이들을 위한 젖병이 있다는 걸 몰랐을 때는 밤에 우는 아기를 안고 차에 태워 동네 한 바퀴를 돌기도 했습니다. 집에서는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안 멈추던 아기가 차만 태우면 금세 조용해지고 이내 곧 잠이 들었죠. 그러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애타던 속과 마음을 달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 18개월 둘째는 배앓이 한번 없이 잘 컸네요. 정말 감사하죠.
아이가 아파서 뜬눈으로 밤을 새워 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나요? 혹시 저녁에 괜히 내가 욕조 목욕을 해서 열이 더 오른 건 아닐까? 바람이 찬데 괜히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서... 아이가 아프면 먼저 내 탓부터 하게 되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 같습니다. 또 낮에 아이가 물건을 떨어뜨렸다고 뭐라고 했던 것도 미안해지고, 동생이 잡고 있던 물건을 확 낙아채 혼을 냈던 것도 너무 미안해집니다. 그리고 아프면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요즘 특히 5살이 된 첫째 딸을 자주 혼을 내는 것 같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큰 소리로 혼을 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제 스스로도 아이에게 안돼! 하지 마! 한 번만 더 하면 아빠 진짜 화낸다! 같은 말을 자주 하는 걸 느낍니다. 동생에게 질투 나는 첫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유난히 활동량이 많고, 감정 변화가 심한 요즘 더욱 아이를 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로는 이렇게 하면 아이가 상처받을 걸 알지만, 혹시나 다칠까 봐 아니면 그냥 몸과 마음도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는 일도 있습니다.
잘 놀던 아이가 기운이 없고 열이 오르고 아플 때면 혼을 냈던 일과 상처를 줬던 일들이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혹시나 열이 안 떨어지면 어쩌지 불안한 마음에 나으면 더 잘해주자고 다짐도 해 봅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의 약효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집안 곳곳을 시끄럽게 뛰어다니면, '안돼! 그만!" 하는 말이 먼저 나오니깐요.
오늘 아침 출근길 '싫어하는 음식'이란 책을 보다가 '뷔페'란 단어에 어릴 적 처음 '뷔페' 식당에 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마 6살~7살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강남의 직장을 다니던 엄마의 손을 잡고 점심 뷔페이란 곳을 처음 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갔는지 왜 갔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부드러운 빵에 크림수프, 토마토 파스타 등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때 뷔페식당이란 것이 처음 생겨 유해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엄마에게 6살 아이를 데리고 강남 직장까지 데리고 가서 점심을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였을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번 회사에 아이를 데리고 온 적이 있지만,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오늘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 이런 결심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내하고 아이를 데리고 오고 싶은 건, '우리 아이가 이만큼 잘 자랐어요' '저 잘 키웠죠?' 내심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마 당시 엄마도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자식 걱정에 애태웠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자식 걱정을 하시지만요. 부모의 마음이란.
아이들이 아플때마다 지금 제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