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려고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신호등이 바뀌지 않았다. 뭐지? 이 나라 신호등은 왜 이렇게 길어...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하염없이 서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지나가던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한 중년여성으로 보이는 어느 나라사람인지 알 수 없는 외국인이 나에게 말했다.'너 옆에 버튼을 눌러 그래야 신호가 바뀌어'라고 말이다. 아주 친절하게 말씀해 주시고든 미소 한번 우아하게 날려주시고 가버렸다.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신호등 옆에 저 동그랗게 생긴 버튼을 눌러야지만 신호가 빨간불에서 초록불이 아닌 하얀 불로 바뀐다는 사실을! 버튼 누르고 건너는 것도 충격적인데 갑자기 하얀 불이 나와서 두 번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보행자 신호가 초록불(파란불)이 나와야 건너가는데 여기는 초록불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대신에 하얀 불이 나오더라. 나는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저 흰색라이트가 적응이 안 되었다. 지금은 계속 하얀 불만 보다 보니 오히려 초록불이 나오면 또다시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힘겹게 신호등을 건너고 무심코 전봇대를 보았는데 웬걸...
이게 뭐야?! 전봇대가 왜 이래 이거 뭐지?
자세히 보니 전봇대는 '나무'였다.
너무 신기해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었다.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보던 행인이 '저걸 왜 찍어'라는 표정을 하며 날 이상하게 한번 훑고는 뭔가 의아했는지 전봇대도 한번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이상해 보여도 어쩔 수없었다. 내 눈엔 이 나무로 만든 전봇대가 더 이상해 보였으니 말이다.캐나다는 자연을 특히 나무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집은 목조주택인 데다가 내가 사는 하우스도 전부 나무로 되어있다. 또한 집집마다 문 앞에 자그마한 정원이 있고 길거리에는 몇 백 년은 된 것 같아 보이는 나무들이 아무렇지 않게 서있다. 삼사월쯤 되면 이 수백 년은 살은듯한 두꺼운 나무에서 피는 벚꽃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거주하는 하우스도 목조주택인데 문, 바닥, 침대프레임, 책상, 화장대 등 집 전체가 나무라서 신선함은 있지만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옆방의 방음이 정말 안된다. 내방이 2층인데 1층에서 통화하는 사람의 통화 내용이 들릴 정도니 대략 어느 정도 인지 감이 올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화장실.
바닥이 나무이다 보니 물이 들어가면 금방 썩기 때문에 샤워부스에 유리문을 꼭 닫고 씻어야 하거나 씻고 나서 물기를 바로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점은 한국 아파트가 최고다. 참 편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불편함이 좋다. 이런 자연과 함께하는 살아가는 사소한 부분들이 캐나다의 매력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