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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니양 Aug 22. 2023

내가 만난 외국인들 특징 그리고 문화차이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였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에서 삼십 년 넘게 살다가 처음으로 밟게 된 '캐나다라는 드 넓은 자연의 땅'

나는 여기서 신선한 공기와 함께 또한 신선한 충격을 마셨다. 그리고 나는 정말 새하얀 도화지 같은 아주 깨끗한 백지상태의 무지함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에 오면 흔히 미국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백인과 흑인들이 가득한 도시의 모습을 생각하고 왔지만 모든 건 내 착각이었다. 캐나다라는 국가는 정말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이민자의 나라이다. 그래서 내가 어학연수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백인이나 흑인 보다 아시안 계열의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이곳 밴쿠버에는 아시안 계통의 인구가 정말 많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이트 피플과 블랙 피플은 오히려 빅토리아나 밴쿠버와 가장 가까운 국경에 맞닿아있는 미국 땅. 시애틀로 여행 갔을 때 많이 만났다. 나는 나의 이런 깨끗한 무지함에 깊은 깨닭음을 얻었다.

내가 캐나다에서 만난 사람들의 국적을 나열해 보자면 일단 캐네디언(네이티브) 한국인, 미국인,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이란, 필리핀, 브라질, 멕시코, 네덜란드, 콜롬비아, 칠레, 등 아시아계열부터 중동, 남아메리카 등등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민족들과 어울렸다. 

어학원 근처에서 찍은 트와이스 뮤비 촬영지인 밴쿠버 다운타운 ‘핑크앨리(Pink alley)’

길거리와 지하철에는 히잡을 쓴 인도인들이 정말 많았다. 나는 아쉽게도 인도 친구는 연수할 때 만나지 못했었는데 실제 컬리지 다니는 친구들의 말로는 반에 절반이상이 인도사람이라고 했다. 인도의 인구수가 정말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솔직히 전혀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해외로 나와보니 그 거대한 인구수를 체감했다. 정말 세상을 넓고 인종은 다양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고 나의 막혀있던 사고와 세계관이 정말 많이 확장되었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어학연수를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행운아이다. 그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탈출했으니 말이다. 어학연수하면서 가장 큰 행운은 레벨 테스트를 하고 난 뒤 클래스가 배정되었는데 첫 클래스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일본인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이라는 얘기이다. 보통 연수하게 되면 한 클래스에 한국인이 많이 있다. 그래서 한국인끼리 영어를 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같은 한인끼리 영어 하라고 하면 혀를 굴리는 게 부끄럽고 눈치 보여 스피킹이 잘 안 된다 어색한 그 느낌은 영어 수업시간을 생각해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일본인 친구들이 그러한 상황이라 나에게 불만을 많이 토로했다.

먼 타국까지 영어 공부 하러 캐나다까지 왔는데 자국민이 가득한 클래스라니... 최악이지 않은가? 클래스 전체가 일본인이다 보니 그들의 특성을 알게 되었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몇몇의 일본인들은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자신에게 부당한 상황임에도 참으며 속으로 삭였다. 불합리하다고 느꼈을 때 불만을 내색을 하지 않았고 나중에 다른 이에게 그랬었다면서 우리나라 언어로 빗대어 표현하자면 일명 '뒷말'을 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좋다고 웃고 있는데 이 친구들이 진짜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일본인에게는 절대로 지나가는 말은 하면 안 된다 이들은 '약속'과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우리 나중에 뭐 뭐 하자 하고 막연한 미래에 대해서 인사치레로 지나가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우리 나중에 뭐 뭐 하자라고 말을 꺼냈으면 꼭 그걸 해야 한다. 빈말이 없다고 표현해야 하나? 나중에 뭐뭐 하자 라고 하고 넘어가면 그때 우리 나중에 뭐 하기로 한 거 언제 할 거야라며 수 일이 지나고 물어봤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말이 나오거나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연락 패턴이 우리와 정말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실시간 카톡을 하지만 이 친구들은 문자를 읽고 답장이 없다. 나중에 일본인친구에게 물어보니까 답장 속도가 정말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고 했다. 본인은 메신저를 받으면 답장을 두 달에 한번 한다고 해서 충격적이었다. 한국처럼 '칼답'을 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모든 면에서 속도가 참 빠르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일본인과 한국인은 비슷해 보여서 친구가 되기 쉽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날씨 좋은 날 밴쿠버의 많은 공원 중 어딘가에서 찍은 사진

다음은 남미친구들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남미 친구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높은 텐션 그리고 열정적인 바이브를 매우 좋아한다.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생성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친구들은 지하철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남 눈치를 전혀 안 보고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남미 특유의 제스처와 함께 표현을 잘했고 컴플레인도 요구도 당당히 했다. 나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을 잘하는 이런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남미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선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시간 개념이 매우 없다' 오후 1시에 스탠리 파크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오후 1시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나하고 일본인 친구 밖에 없었다. 모두 제 각각 다른 시간에 나타나고 한 시간 늦는 것은 기본. 두세 시간 후에 나타난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 그래서 생각했던 인원수 보다 항상 사람이 많았다. 너무 신기하고 웃겼다. 그리고 그들의 슬로우 문화를 체험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하루의 스케줄을 꽉 채워서 시간대 별로 할 일을 하는 꽤 보람차다고 생각하는 하루를 살고 있었다. MBTI의 J 특성을 가진 나는 시간 개념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이러한 상황이 정말 못 견디게 싫었다 내 머릿속에는 하루를 날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너무 타이트하게 살아온 건가 싶기도 하고, 문화차이라고 생각하니까 점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위해서 말이다! 나의 인내심은 인생 최고조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십 대 친구들이 해외에서 나와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조금의 격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살이를 오래 한 이십 대와 한국에서 보내는 이십 대는 같은 연령층이지만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해외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가족과 떨어져서 타국에 나와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혼자 해결해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느낌이었다. 삼십 대인 나보다 더말이다. 그들이 어리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왜 이십 대에 그들처럼 용기 내지 못했었지? 싶다가도 20대의 나의 멘탈로 캐나다를 왔었다면 나는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과 어울리지 못했을 것이다. 20대를 지나면서 보다 단단해졌고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나는 낯선 타국에서도 외국인들과 잘 동화되어 섞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운도 작용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내 모습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며 매우 독립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이렇게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잘 어울리며 놀고 만나고 얘기할지 몰랐다. 해외 나오면 성격도 변하는 건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긴 하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 속에서 나의 또 다른 새로운 자아를 발견했다. 조금 늦더라도 괜찮으니 죽기 전에 나와는 다른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험을 인생에서 꼭 한 번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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