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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니양 Jul 30. 2023

나는 캐나다 어학연수기간 동안 내 나이를 숨겼다

어린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던 내 나이

어학연수하면서 나는 일부로 내 나이를 숨겼다. 아시안계열에 사람들을 만날 때면 첫 만남에 항상 나이를 물어보곤 친구가 될지 말지가 정해진다. 캐네디언을 제외하고 내가 만난 사람들은 처음 만났을 때 나이 먼저 묻곤 했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음... 나이를 말하는 순간 보이지 않게 정해지는 서열과 함께 알게 모르는 불편함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딱 한 명의 외국인 친구를 제외하고는 어학연수기간 중 만난 모든 사람에게 내 나이는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서로 가까이 소통하려면 나는 내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나를 이상하게 한번 훑어보더니 개이치 않아했다. 오히려 나이를 밝히지 않고 숨기니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인가?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계통의 나라는 나이를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나이를 듣고 본인 나이보다 어리거나 많으면 대하는 것이 달랐고, 또는 나의 차이가 많이 나면 더 이상 다가가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처음부터 나이를 비밀로 했다. 한편으로는 내 나이를 이십 대 친구들에게 말하는 게 두려웠다.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봐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전략은 잘 먹혔다. 왜냐하면 위아래로 10살 이상 차이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잘 어울리고 놀았으니 말이다.



정말 나는 캐나다 생활에 잘 동화되려고 많이 노력했다. 좀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영어를 잘하기 위해 말이다. 어학연수 중에 만난 사람들은 나이가 매우 다양했지만 확실히 20대 초중반이 많고 그들과 함께 어울린 덕분에 나는 본래의 내 나이는 잊고 더 젊게 지냈다. 이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고 나에게 잘 해준 그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한국에서 캐나다 오기 전에 나의 직업은 피아노 강사였다. 항상 아이들 속에서 있었고 그래서 어린 친구들이 오히려 편하고 어색함이 없고 그 순수함이 너무 좋다. 내가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인지, 철이 없는 건지 뇌가 젊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고 행복했다. 아마 좋은 사람들이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 친구들이 지금 내 나이를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긴 하다. 몇 명은 내 나이를 맞추려고 추측까지 해줬으니 말이다. 그 추측이 고맙게도 서른이 훌쩍 넘은 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그냥 영원히 비밀인 상태가 좋을 듯싶다. 내가 나이를 밝히게 되면 과연 어떤 리액션이 나올까? 서서히 멀어질지 부담스러워할지 아니면 이미 친구가 되었으니까 관계는 그대로 일려나? 컬리지나 유니버시티는 기본 2년에서 4년 동안 오랜 기간 동안 캐나다에 머무르기 때문에 한번 사귀면 그 관계가 오래가지만 반대로 어학연수는 방학 때 잠깐 오는 경우, 대학 휴학 하고 오는 경우, 일하다가 경험 삼아 등등 단기간 체류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친구를 사귀게 되더라도 금방 헤어지고 또 그 틈이 새로운 사람들로 바로 채워진다. 그래서 친해지면 헤어지게 되는 순간들이 많고 가끔 그러한 순간들이 참 힘들다. 나도 이런데 아마 어린 친구들은 헤어짐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것 같았다. 해외 생활을 잘 견디려면 강한 멘탈과 내려놓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어떠한 상황이나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야 한다. 서른 넘어서 이십 대 친구들과 함께 어학연수를 해야 하는 나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나이를 밝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들과 함께 섞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방식이 좋다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나이를 숨기는 것 또한 편치는 않으니까... 요즘 삼십 대는 예전과는 다르게 이십 대와 외적으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캐나다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다름에 대해서 서로 배려를 하게 된다 그래서 정해진 고정 틀이 존재하는 일률적인 한국적 사고보다는 조금은 유연하고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물론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하튼 누구든지 캐나다 까지 왔으면 나이를 잊고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는 생활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타국생활은 자신이 어떠한 목표를 갖고 있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지는데 나는 '나이를 밝히지 못한 나' 그만큼 '간절함이 있는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그렇게까지 '노력한 나' 자신에게 말이다. 그리고 이십 대일 적 좀 더 빠른 결정을 하지 못한 이러한 상황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삶에 99.9 프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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