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gie Ball (야채볼)
출근을 하고 컴퓨터에 앉아서 아웃룩을 켠다. 할 일들이 하나하나 쌓이는 것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퇴근하고 반드시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리라. 헬스장도 가고, 다이어트도 하고, 책도 읽고, 밀린 공부도 해서 더 큰 사람이 되어야지. 퇴근 후 나의 이상적인 삶을 그리면서 오전과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면 오후 4시쯤, 나는 이미 해야 할 일을 하는 이상적인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쳐있다. 헬스장을 가야지란 생각은 배가 고픈 6시의 나의 우선순위가 더 이상 아니다. 나는 저녁을 먹어야 한다. 책을 보고 헬스장을 가는 이상적인 저녁의 바통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내일의 나에게 넘겨 버렸다.
불렛 저널을 쓰면서 계속해서 체크되지 않은 나의 리스트들이 나를 괴롭혔다. 해야 되는데, 할 수 있는데 나는 지금 그 일들을 할 의지조차 없다.
예전, 친구 집을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친구네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티비를 보는데 머리 감는 것이 너무나 귀찮았다. 머리를 감고 밖으로 나가서 놀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친구와 나는 계속해서 머리 감는 일을 10분, 20분, 30분 미루고 있었다. 미루면 미룰수록 머리 감는 일의 무게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때, 친구의 어머니는 머리 감는 일은 별 게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그래도 계속해서 미루며 티비를 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나. 나는 일어서서 친구네 집 욕실로 가서 머리를 감아버렸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머리 감는 일은 별 게 아니었다는 것을.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 책을 30분이라도 읽는 것은 24시간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루고 미루다 보면 그 작은 일들은 커다란 산이 되어 오르기 힘들어 보이기 마련이다. 그냥 해 버리는 것의 힘은 나를 크게 만든다.
오늘의 요리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새로운, 신나는, 건강한, 자랑스러운, 접근 가능한"의 키워드를 가지고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퇴근 후 편의점이라는 "쉬운" 선택지가 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귀찮음이라는 족쇄를 풀고 그냥 해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에게 "신나는"이라는 키워드는 "새로운"이라는 키워드와 "접근 가능한(Accessible)"의 키워드를 합칠 때 그 시너지가 폭발하면서 만들어진다. 새로운 요리의 시작은 언제나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버렸다.
부드럽고 고소한 야채볼과 크리미한 아보사워소스가 만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듯한 최고의 궁합을 만들어냈다. 사진을 찍을 때는 5개만 먹으려고 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만들어 놓은 전체 야채볼을 다 먹어버렸을 정도로 아름다운 맛이었다.
<야채볼 레시피>
재료: 감자전 믹스, 빨간색 파프리카, 부침용 두부,
소스 재료: 아보카도 2개, 사워크림 2/4 컵, 레몬즙, 소금
1. 가제수건 등으로 두부의 물기를 꽉 짠다.
2. 푸드 프로세서나 야채 가는 도구를 통해 파프리카를 잘게 다진다.
3. 감자전 믹스에 물을 섞은 후 위의 재료를 모두 섞는다.
4.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후 오븐에 넣고 섭씨 180도에서 20 -30분간 굽는다.
< 소스 >
1. 믹서기 혹은 푸드 프로세서에 큐브 형태로 자른 아보카도와 사워크림을 넣고 돌린다.
2. 믹서기 안에 레몬즙과 소금을 넣고 돌린다. (레몬즙은 2 티스푼, 소금은 세 꼬집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