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가 굴러간다

by 여은

같은 일상을 겪으면서 혼란스럽고, 지쳐가는 가난한 정신력을 위해서 약을 털어낸다. 알약을 넘기며 나는 오늘도 꾸준함을 택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펜을 잡는다. 눈동자는 글자들을 향해서 이리저리 굴러간다.


쏟아지는 답답함과 울적함을 이기지 못하고 무작정 뛰쳐나갔다. 걷다 보니 영화관이 보였다. 즉흥적으로 숨구멍을 만들어냈다. 한걸음 한걸음 이동을 멈추지 않고 무작정 숨구멍을 만들어냈다. 작은 구멍이지만 답답함을 잠시나마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주었다.


나는 축복을 받을 수 있을까, 나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이가 있을까, 말이 아닌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자들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방금 뱉은 한숨은 가벼운 한숨이었을까.


알약 하나에 커피 한 모금 11개의 알약을 한 개씩 넘겨 본다. 항상 한 번에 털어내던 알약인데 특별한 날인가? 한 개씩 만져보다 차례대로 넘긴다. 왜 그랬을지 생각해보면 그냥, 그러고 싶었다.


고통 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어. 고난이라 느끼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지만, 결말이 어둡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둠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게 마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둠 속에서 본 빛이 야차가 기다리는 불구덩이로 향하는 빛이 아니길 바란다.


이름 하나만으로도 상처받던 하찮은 존재로 기억되고, 회자되는 것이 싫어서 예수님의 은혜를 버리게 되었다. 유일하신 주의 은혜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진 않지만, 기회는 주어졌다. 유일하신 주의 은혜를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난과 시련이 도사리고 있는 인생인지라 종교에 대해서는 의문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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