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始發 꿈

by 여은

글자를 향해 굴러가던 눈동자는 어느새 구석을 향해있다. 깨어있는 시간은 글자를 향해있어야 맞는데 천장을 보고, 바닥을 보고, 벽지를 보고 또 어디를 볼까.


다가오는 하루하루에 무게중심이 느껴진다. 절박함이라는 게 생겨난 걸까. 한숨을 내뱉으며 멍하게 있는 시간을 보면 그런 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오락가락하는 뒤숭숭함을 매일 느끼니, 뒤죽박죽 엉켜있는 뇌를 가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은 글쓰기를 멈추려고 했다. 나에게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이니 그래야만 할거 같았다. 조급함과 불안감 때문인지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동자가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공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후회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후회를 선택했다.


요즘 모의고사와 사투 중이다. 풀었던 거 또 풀고, 채점하고, 작년 모의고사도 풀어보고 일상이 모의고사와 사투가 됐다. 힘들어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나락으로 갈 거 같아 사투를 벌인다. 모의고사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몸에 추가 하나씩 달린다. 축 처진 몸은 주렁주렁 달린 추를 이기지 못하고 꼼짝없이 책상 앞에 앉아있다.


글자에 지쳐, 흐리멍덩한 동공은 꿈뻑꿈뻑 벽을 응시한다. 이럴 시간이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스스로에게 자책하고 실망한다. 이런 시간이 생기는 날엔 지니고 있던 불안감이 더욱 심해지고 불안감이 울적하게 만든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기에 약을 털어낸다. 매일 삼키는 약은 나를 잠재운다. 이상을 실현시켰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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