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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타는 여여사
Apr 05. 2019
1940년 11월 7일, 미국 워싱턴주에 있던 타코마 다리가 무너졌다.
타코마 해협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건설 당시부터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타코마 다리가 무너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공진.
흔들리는 다리가 갖는 고유 진동과 바람이 불 때 생긴 진동이 딱 맞아떨어져서 진폭이 증가해 다리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물론 타코마 다리가 무너진 이유는 공진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람 부는 날 강이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때 타코마 다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빌기도 한다.
‘바람아, 제발 불지마라...
나는 왜 여길 와서 이 고생일까?’
군데군데 무너진 공사 현장을 볼 때마다,
덤프트럭의 긴 행렬과 무시무시하게 내리꽂히는 굴착기를 볼 때마다,
나는 타코마 다리가 생각나기도,
통영 여행에서 겪었던 그 아찔한 출렁다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그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봄바람에 울려 퍼질
이 거리를
혼자라도 맘 편히 걷고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일까?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오래 전 영화를 따르지 않더라도,
바람 부는 날에는 휴가를 내고 집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