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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Apr 10. 2019

축하 메시지를 보내다

일상 이야기

‘축하합니다! 고객님을 위한 특별 쿠폰이 도착했습니다!’


뭐지?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올 리 없는데... 마트 행운권 번호에 당첨된 기억 전무. 간밤에 돼지 비스무리 생긴 동물이 출현해서 기분 좋은 마음에 로또를 사도 꽝. 선물이 팡팡 터진다는 음료수 뚜껑을 따도 허탕.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클릭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카드 사용 권장 광고.


카드를 사용하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쿠폰을 준단다. 일정 금액 이상 카드를 쓰면 금액 할인 쿠폰을 주는데, 그것도 온라인 특정 사이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단다. 사이트 회원이 아니면 회원 가입 절차를 거치란다. 100만 원을 쓰면 만 원 쿠폰을 주고, 300만 원을 쓰면 3만 원 쿠폰을 준단다. 세상에... 참 어마 무시한 특별 쿠폰이다.


이런 메일이나 메시지는 어김없이 패스다. 읽어봤자 시간 낭비. 괜히 클릭한다고 손가락에 힘줄 필요 없고, 희미한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볼 필요도 없고, 인터넷 사이트 접속한다고 아까운 데이터 사용할 필요도 없다. 어디에 얼마나 가입되어 있는지 모를 정도로 핸드폰과 메일로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서 온갖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깜찍한 이모티콘과 함께 톡톡 튀는 문구를 날려준 곳에는 답장까지 하고 싶어 질 정도다.


그럼에도 내가 스킵하지 않는 축하 메시지가 있다. 생일 즈음에 일정하게 날아오는 축하 메일과 메시지. 더듬어서 생각해 보니 이런 메일과 메시지에는 최소한 ‘클릭’이라는 운동을 한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전형적인, 다소 메마른 문장이 기어 나오지만 1년을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한다. 스팸인 듯 스팸 아닌 스팸 같은 그것.


누군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할 때 나는 어떤 문장부터 시작하는지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 그저 그런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 않았는지. 그럴 거라고 예측되는 일정한 형식의 문장을 일정한 방식대로 나열해서 ‘축하’라고 이름 붙여 보내고 또한 받고 있지 않았는지.


도통 머리를 굴려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축하합니다!’ 말고 더 좋은 표현이 어디 있나. 누가 지었는지 세상 압축된 말이다. 그럼 아예 나만의 시그니처 축하 메시지를 만들어야 하나?


여여사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존축”


이건 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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