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벼운 하얀 나비
때때로 감상에 젖을 때가 있다.
때때로 내 감정을 다른 것과 섞을 때가 있다.
동생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부산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았다. 집에서 KTX 역까지 1시간, 광명역에서 부산역까지 대략 3시간, 부산역에서 병원까지 1시간...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5시간이 걸렸다. 플랫폼에서 내가 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했다. 시간은 느리게 갔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런다고 기차가 더 빨리 도착하는 것도 아닌데, 기차가 오는 즉시 타면 더 빨리 부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바닥에 내려앉은 나비를 발견했다. 눈앞이 흐릿해서 처음에는 나비인 줄도 몰랐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비인지 나방인지조차 헷갈렸다. 그래도 난 나비이기를 바랐다. 엄지손톱 두 개를 합친 크기였다. 작았다. 가벼워 보였다. 하얀색이었다. 작고 가벼운 하얀 나비였다. 날개를 저으면서 내 주위를 날다가 다른 플랫폼으로 무심히 날아갔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고 가벼운 하얀 나비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으리라고는...
제기랄... 욕 나올 만큼 부산의 도로는 막혔다. 가장 빨리 계산한 5시간보다 조금 늦게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의사는 내가 올 때까지 아버지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계속 펌핑을 하다 보니 아버지의 가슴은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봐야 한다는 친척 어른들의 배려인지 고집인지 뭔지 모를 신념 덕분에 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원 응급실 차가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짧은 몇 초 후에 아버지는 편안한 곳으로 가셨다. 나비가 떠올랐다.
엄마와 가끔 트레킹을 가면 숲에서 나비를 발견하기도 한다. 굳이 엄마와 같이 가지 않더라도 숲 속 어딘가를 스치면, 안양천 뚝방길(둑길)을 밟으면, 터덜터덜 아스팔트 길을 걸으면 나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냥 나비를 만난다. 저 좋아서 혼자 떠돌아다니는 그냥 나비를 만난다. 나비 날개에 내 감정을 싣는 줄도 모르고 나비는 그저 무심히 햇살을 뚫고 날아다닌다.
작고 가벼운 하얀 나비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