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뜨기

테카포 호수(Lake Tekapo)에서

by 바람 타는 여여사


어떻게 해야 해?


녀석의 머릿속으로는 통! 통! 통! 가벼운 소리를 내며 돌멩이가 튕겨져 올라와야 하는데, 던지는 족족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내가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으려고. 많이 던져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녀석에게 말했다. 돌멩이를 세워서도 던져보고, 눕혀서도 던져보고, 큰 돌멩이로 던져보고, 작은 돌멩이로 던져보고... 녀석의 맘 같지 않게 돌멩이는 호수 속으로 들어가서 튀어 오르지를 않았다. 매정한 돌멩이 같으니. 것 좀 튀어 올라 주지.


잠시 후 녀석의 주변으로 남자아이들 몇몇이 다가온다. 녀석과 그들은 서로 눈빛만 교환한다. 같은 투어 버스를 타고 온 일행은 아니었다. 그중 녀석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가 제법 그럴듯하게 물수제비를 뜬다. 녀석은 옆에서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제법 비슷하게 흉내를 낸다. 남자아이는 익숙하게 몇 번 돌멩이를 던지더니 녀석을 한번 쓱 본 후 가족이 타고 온 차로 돌아갔다.


몇 번 더 돌멩이를 던졌으나 녀석의 실력은 금방 나아지지 않았다.

갑자기 녀석이 지금까지 던진 돌멩이와 체급이 다른 큰 돌을 들더니 호수를 향해 힘껏 던져버린다.


가자.

더 안 해?

다 했어.


그러나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 물이든 땅이든 던질 만한 공간만 생기면 그렇게나 돌멩이를 던졌다. 녀석의 물수제비 실력은 며칠 후 와카티푸 호수에서 정점을 찍었다.


테카포 호수에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물과 돌멩이만 있으면 전 세계 사람들은 물수제비를 뜨나?’

‘다음에 이 호수에 오면 가만히 앉아서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잔잔하고 고요한 아름다운 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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