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별

엄마가 싸준 음식

엄마표 김밥

by 바람 타는 여여사


기차를 타고 와서 피곤할 법도 한데, 엄마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나면 언제나 냉장고 쪽으로 직행한다. 아래쪽과 위쪽의 냉장고 문을 차례대로 열어 어떤 음식이 남아있는지, 그동안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체크하신다. 그리고 어김없이 잔소리가 뒤따른다.


이걸 보낸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안 먹고 있노?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언제나 차고 넘치게 음식을 보낸다.’고 엄마는 생각하지 않는다. 냉동고에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틴 애들은 엄마가 오고 나서야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장렬히 생을 마감한다.


아침도 챙겨주신다. 아침을 굶으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는 말도 덧붙이신다.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내 몸에 딱 달라붙은 살들이 엄마 눈에는 보이지 않나 보다. 일할 때 힘들면 중간에 먹으라고 간식도 쥐어주신다. 어떤 날은 김밥도 간식이다. 요리할 때마다 그 간식 맛은 조금씩 변했다. 어떤 때는 짜고, 어떤 때는 싱겁다. 간이 딱 맞을 때가 드물었다. 물론 내 입맛이 엄마가 기억하는 딸의 입맛과 달라지기도 했다. 도시락을 내밀면서 엄마는 푸념 섞인 말도 얹었다.


나이 드니 음식 솜씨가 갈수록 줄어들어.


직접 오지 않는 경우에는 주로 택배를 보내신다. 스티로폼 박스는 터질 만큼 음식들로 가득 찬다. 혹시나 이동 중에 터질까 봐 테이프로 몇 겹이나 꽁꽁 싸맨 택배를 풀 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진다.


이걸 다 어디에 넣어야 하나...


여름철에는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가 배달되기도 한다. 산지 직송 옥수수가 아니라 옥수수를 삶아 알을 다 까서 냉동시킨 후 보내주신다. 시장에서 파는 옥수수 한 자루를 다 깐 양일 때도 있다. 밥에도 넣어 먹고, 버터 구이도 해 먹고, 데워서 먹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 입맛도, 엄마 입맛도 달라졌을 텐데 엄마가 기억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내가 기억하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시간이 지나도 거의 일정하다. 나도 엄마도 쉽게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그럼 뭐 어때서...


엄마는

광명시에 있는 <생각보다 맛있는 집>의 팥 칼국수를 좋아하고,

양주시에 있는 <평양면옥>의 꿩 냉면을 좋아하고,

의왕시에 있는 <자연콩>의 두부 정식을 좋아한다.


김밥 냄새도, 옥수수 냄새도 코끝에 남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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