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별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장례 의식

by 바람 타는 여여사


살아 있는 동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일은 많지 않다. 죽음 이후 장례 절차에 대해 고민할 일은 더 적은 듯하다. 최소한 나의 경우는 그렇다. 아니 ‘그랬다’고 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오랜 시간 아프셨다면 장례 절차에 대해 서로 얘기라도 할 시간이 있었을 테지만, 우리 집에서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한자말을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장례 절차에 나오는 용어는 외계어 그 자체였다. 왜 그렇게 고어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제 좀 바뀌면 안 되나... 그 말을 알아듣는 요즘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으려나... 무슨 뜻인지를 몰라 계속 물어보거나 찾아봐야 했다. 한자는 긴 문장을 짧게 줄여줄 수 있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자 뜻을 모르면 말짱 꽝인데...


아버지 장례식은 3일장으로 했다. 돌아가신 바로 그날이 첫째 날이었고, 문상객이 많이 오는 날이 둘째 날이었으며, 화장터로 옮겨야 하는 날이 셋째 날이었다. 첫째 날에 큰아버지는 내게 조심스레 물으셨다.


혹시 아버지가 어디 묻어달라고 한 데가 있더냐?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 대화를 나눴는지도 기억에 없었다. 늘 옆에 계실 거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남의 일처럼 흘려버렸던 것 같다. 아버지는 매장을 원하신 건 아닐까. 마음에 둔 장소가 따로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감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조건, 그러니까 현재 자리가 비어 있고 화장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했다.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아버지가 계신 곳에 갈 때마다 엄마는 햇빛이 비치는 언덕을 먼 눈빛으로 바라봤다. 산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나칠 때 관리되지 않은 무덤을 볼 때면 화장을 하는 게 낫다고도 하셨다. 지인의 어머님이 안치되어 있는 수목원에 갔을 때는 바람이 시원하다고도 하셨다. 아는 분이 시신 기증을 했더라는 말을 전했을 때는 대화를 더 이어가지 못하셨다. 또 다른 분은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했더라는 말을 전했을 때는 인생이 참 허무하다고도 하셨다.


이제 엄마와 나는 마지막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내가 슬쩍슬쩍 물어봤을 때 엄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아버지와 같은 곳에 계시는 것이다. 그게 매장이든 화장이든 수목장이든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셨다. 복잡한 장례 절차를 지키든, 상조 회사에 맡기든, 간소한 방법으로 의식을 갖추든, 생의 마지막 순간을 각자의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태어나는 일만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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