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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May 29. 2019

캐롤

마지막 눈빛이 아련한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어 있지만 불안정한 눈빛의 캐롤.

불안정한 생활로 흔들리지만 큰 불만이 없는 테레즈.


배경은 1950년대 뉴욕이다. 캐롤은 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오고, 장난감 가게 점원인 테레즈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추천한다. 둘은 알 수 없는 눈빛을 나눈다. 캐롤은 배송 주소를 적고 장난감 금액을 지불한 후 장갑을 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테레즈는 배송지에 적힌 주소로 장갑을 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인연. 캐롤의 집에 초대된 테레즈는 겉으로 보기에 안정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게 되고, 남편은 테레즈를 캐롤의 연인으로 의심한다. 테레즈의 남자 친구는 같이 파리로 떠나자고 하지만 그녀는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캐롤과의 결혼 생활에 불만인 남편은 이혼을 제기하고, 그녀의 부도덕함을 이유로 이혼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아이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캐롤은 테레즈에게 헤어지자는 편지를 쓴다. 테레즈가 없는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캐롤은 노력한다. 그러나 자신의 알맹이가 빠진 삶을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고 용기를 내서 테레즈에게 만나자는 쪽지를 남긴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이에요. 


캐롤은 테레즈에게 헤어지자는 쪽지를 쓴다.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 줄게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하지만 그때까진 만나지 않기로 해요. 


캐롤은 테레즈와 헤어지고 남편과 아이에게 돌아오는 것이 제자리라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젊고 사진작가로서의 앞날이 펼쳐진 테레즈와 지켜야 할 게 많은 자신이 엮이는 일은 테레즈의 행복을 위해서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세뇌했다. 하지만 서로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상대방을 놓아주는 일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테레즈와 이별하고 다시 예전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자신의 본성을 찾고 테레즈와 지내는 것이 오히려 제자리를 찾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행복을 주진 못했지만, 난 당신이 행복했으면 해.


캐롤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남편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테레즈와의 일은 내가 스스로 원했던 일이지만 린디(딸)의 인생을 망칠까 봐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난 순교자가 아니야. 날 위한 최선이 뭔지 모르지만 내 딸을 위한 최선이 뭔지는 본능적으로 알아. 

날 부정하고 산다고 해서 린디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내 딸을 만날 권리는 찾아야겠어. 


행복은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비로소 찾아진다. 영화에서 캐롤과 테레즈는 스스로 행복을 찾아간다. 비록 그 시대에는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행복한 삶을 향해 주체적으로 나아간다. 영화의 마지막에 클로즈업되는 캐롤의 눈빛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과 다가올 불안이 섞인 행복한 모습이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이 아련하게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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