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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Sep 23. 2020

무관심과 실력

야구 이야기

자이언츠가 도박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고교 선수를 2차 2번째 선수로 지명한 것이다. 팬 입장에서는 11번째 카드를 버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답게 영리하고 배짱 있게 선택권을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부에서는 언론 플레이와 짜 맞추기 판에서 일방적으로 선수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프로야구 후반기가 시작되면 내년 농사를 책임 질 신인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가 열린다. 작년 성적을 기준으로 하위 3개 팀은 연고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지역의 선수 중에서 신인 선수를 뽑을 수 있다. 자이언츠는 2019년 시즌에 10개 팀 중 꼴찌였다. 꼴찌였던 덕분에 2020년 신인 1차 드래프트에서는 원하는 신인 선수를 먼저 뽑을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문제가 발생했다. 자이언츠가 선택하려고 했던 선수가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해 버렸고, 자이언츠는 작년 9위 팀이 선택할 수 있는 선수를 지명했다. 연쇄적으로 작년 9위 팀은 작년 8위 팀이 선택할 수 있는 선수를 지명했다. 물론 결과론이다. 프로구단의 눈에 띄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손에 꼽을 수 있고, 드래프트에서는 드러내 놓고 구단들의 신경전과 물밑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예상했던 선수를 뽑든 안 뽑든 그건 구단 마음이니까. 


1차 드래프트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선수를 어느 구단도 뽑지 않았다. 문제는 2차 드래프트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내년도 미국 마이너리그가 열릴지 여부가 불투명했고, 선택권 하나가 날아가도 그 선수를 뽑고 싶을 만큼 선수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다른 구단에서도 눈치를 봤을 것이다. 안 봤으면 거짓말이다. 자이언츠는 2차 드래프트에서 그 선수를 뽑았다. 상황 종료.      

구두계약까지 했다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실제 계약까지 진행될지, 마이너리그부터 출발했던 고교 선수들이 국내로 리턴했던 과정에 흔들릴지, 선수가 혹할 만한 제안을 자이언츠가 할 수 있을지 등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과가 어찌 됐든 후일담이 나올 테니까. 자이언츠는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선택했고, 중요한 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모험을 택했다. 이제는 선수를 어떻게 설득할지의 과정이 남았다.    

  

주변의 말은 무관심으로 일관해도 된다. 자이언츠가 설왕설래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그 선수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리그 전체에 만만한 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꼴찌 주제에, 실력도 없는 팀인 주제에, 선수 욕심만 많고 잔머리를 썼다는 프레임으로 건수를 잡아 공격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실력 있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이언츠 구성원들은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 도발에 넘어가서 감정을 낭비하지 말고 그 힘으로 실력을 키우는 게 백번 낫다.     

  

시끄러운 분위기 때문에 정작 주목받아야 할 2차 1번 선수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프로에서 바로 뛰어도 통할 실력을 갖춘 고교 좌완 투수인데도 말이다. 고교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2학년 때 최동원 투수상을 받은 인재다. 이 선수가 내년 프로 무대에 멋지게 데뷔했으면 한다. 자이언츠가 만만하고 함부로 해도 되는 팀으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는 야구를 하고, 구단은 운영을 하고, 팬은 응원을 하는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실력을 갖추고 꿋꿋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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