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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Sep 24. 2020

공간과 장소

회사 이야기

친구가 보낸 SNS 메시지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웃으면서 씁쓸한 현실이 느껴져 다시 본다.    



[직급의 진짜 의미]

인턴_ 간을 

사원_ 직서 욕구가 샘솟는 편, 통, 분통, 두통, 치통...

대리_ 신해 줘도 욕먹고, 드해 줘도 염병하네

과장_ 거를 자꾸 들먹이는 편, 난 아니었지, 나 때는 말이야

부장_ 디 이 자식이 염 걸리게 해 주세요     



이 외에도 주임, 책임, AE, MD, 매니저에 대한 씁쓸한 현실과 자조 섞인 웃음이 담긴 내용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한 번 웃어 버리고 다시 힘을 내서 일을 하는데, 이 날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메시지에 등장한 직급의 사람들이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다들 뭔가 일을 하고 있다. 회의를 가서 자리를 비운 부장과 과장을 빼고 나머지 직급의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보거나 서류를 뒤적이면서 밑줄을 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뚠뚠!!)      


사람은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건축가 유현준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공간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중 내 위치가 어디 있는지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말에 특히 공감했다. 부장님의 자리는 창을 등지고 앉아 전 직원을 관할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 감시자의 역할을 하게 되고, 방 안에 있더라도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그 공간까지 내가 소유할 수 있으니 넓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어떤 공간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시 회사 공간을 둘러봤다. 내 자리에서는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창이 너무 멀리 있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혹시 주변 동료들이 눈치챌까 봐 의식된다. 여기 앉아 있으면 계속 개미송이 귓가를 맴돌 것 같아 불편하다.      


오늘은 뭘 먹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등 행복 투쟁을 일삼는 SNS 공간은 잠시 멀리하고, 혼자 멍 때리면서 시간을 보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장소를 찾아 나서야겠다. 그곳에서는 같은 시간이라도 지금과는 다르게 흐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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