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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Apr 17. 2019

바람이 불어오는 곳

청초호, 순천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

햇살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곳으로 가네 …,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

- 김광석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


통기타, 하모니카, 꿈, 사랑, 소극장 공연…, 가수 김광석을 떠올릴 때면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김광석은 90년대 초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로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하모니카 선율 위에 올려진 소박한 가사는 지금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팍팍한 현실에 부딪쳐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에 서서 김광석의 따뜻한 노래를 들어보기를 권한다.




바람의 언덕에서 묵호항을 바라보며


동해 묵호 바다에서 언덕을 올려다보면 등대가 보인다. 등대를 향해 구불구불 이어진 논골담길을 오르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바람의 언덕이다. 바다와 가까이 닿게 언덕 끝에 서서 탁 트인 묵호항을 향해 긴 숨을 뱉어내자. 



전망대에서 순천만 일몰을 바라보며


어스름 해질 때면 흙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을 찾아도 좋다. 바닷물이 쓸려나간 갯벌의 모습은 언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을 받아 쩍 갈라진 갯벌은 어쩌면 거친 현실 같이 느껴지지만, 석양에 물든 황금빛 갯벌은 드러누워 쉬어도 좋을 포근한 이불 같기도 하다.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앞으로 가는 것도 


살다 보면 한 번 내디딘 길 위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가야 할 때가 있다. 그 길의 끝이 탐스런 꽃이 뿌려진 꽃길인지, 더 이상 갈 수 없어 다시 되돌아와야만 하는 막다른 길인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가보지 않은 길을 나설 때는 누구나 망설이지 않을까? 하지만 두 발을 땅에만 붙이고서는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도, 꿈을 향해 뛰어오를 수도 없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당당하게 가는 것이 어쩌면 이 세상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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