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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Oct 19. 2020

진달래 ver1.1 : 같은 듯 다른 진달래

일상 이야기

『이건 먹어도 되는 꽃이라.』


엄마는 진달래꽃을 따서 입으로 넣었다. 단맛이 난다고 했다. 흐느적거리는 꽃잎이 혀끝에 닿았지만, 단맛까지는 글쎄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진달래꽃을 따먹었다고 했다. 하긴, 엄마가 어렸을 때는 먹을 게 충분하지 않은 시절이었으니 그랬을 듯하다. 가족 모임이 있을 때는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주셨다. 찹쌀가루를 익반죽 해서 둥글 납작하게 빚어 그 위에 진달래꽃을 얹는다. 먹기 전에 꿀을 발라 놓으면 산에 핀 진달래꽃 모습 그대로다.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깝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진달래 화전이 예쁜 건 맞았고 먹기 아깝다기보다 꽃잎을 먹는 게 거북했다. 꽃은 얌전히 떼서 엄마한테 넘기고 찹쌀 부분만 먹었다.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꽃이라.』

 

합천 황매산으로 여행 갔을 때, 엄마는 철쭉을 가리키며 말했다. 꽃과 꽃대를 만져보면 끈적이는데, 여기에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 먹을 수 없는 철쭉을 개꽃으로 불렀다는데, 사람들은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듯하다.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꽃의 이름까지 달라지니 말이다. 초봄에 듬성듬성 홀로 피는 진달래와 다르게 철쭉은 황매산을 뒤덮을 만큼 무리를 형성했다. 진달래보다 철쭉은 좀 강한 느낌이 난다. 잎을 만져 봐도 차이가 느껴진다. 진달래 잎은 얇으면서 부드럽고, 철쭉 잎은 두꺼우면서 약간 뻣뻣하다. 그래서일까. 진달래꽃은 철쭉꽃보다 좀 더 야리야리하고 분홍분홍 한 색을 띠는 듯하다.

      



일로 만난 업체의 회사 로고를 자세히 보니, 가운데 부분에 동물 사진이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사자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개였다. 같이 지내는 반려동물이라고 했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진달래란다. 헉! 진달래라고 이름 짓기에는 녀석의 덩치가 너무 크고 성격도 강해 보인다. 식목일에 입양해서 고속도로를 달려오는데, 주변 산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길고양이한테 얻어터져서 상처도 입었다고 했다. 햇볕에 약한 진달래만큼 여린 녀석이구나.         


가을 가을 하게 하늘이 파란 날에는 진달래 머리에 삼각형 보자기를 씌워 외출한다고 했다. 분홍색과 갈색이 섞인 체크무늬 두건을 쓴 진달래 모습이 약간 뾰로통해 보인다. 주인이 진달래의 취향을 제대로 아는 건지 약간 의심스럽다. 진달래는 성미가 급해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데, 삐딱하게 두건을 쓰고 주둥이를 쭉 내민 진달래도 성미가 급해 보인다. 바로 뛰쳐나가야 할 듯하다.      


진달래 꽃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랑의 기쁨이란다. 진달래를 입양해서 고속도로를 달려왔을 업체 사장님의 마음도 기쁨으로 가득 찼을 듯하다. 얼마나 좋았으면 회사 로고에 진달래를 넣었을까.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진달래는 몇 살인가? 암컷인가? 진짜 성미가 급한가?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을 나도 참 소심하게, 길게도 쓴다.



* p.s_ 진달래 아버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달래는 올해 5살된 귀여운 여사님이고, 머리에 두른 수건은 밖에 다닐 때 입술 주변에 침을 많이 흘려서 할머니가 손수 떠 준 턱받이라고 했다. 그리고 꼭 사진을 넣어달라고 했다. 진달래는 장군이 아니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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