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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Oct 26. 2020

댄 세대, 낀 세대

일상 이야기

최근 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엄마, 아빠, 딸이 자동차를 타고 가는데 노래 선곡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X 세대가 선곡한 유승범의 <질투>를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로 바꿔버리는 Y 세대, 둘의 투닥거림에 심드렁한 Z 세대는 블루투스로 자이언티의 <질투>를 플레이한다. 일순간 정적. 갈등을 끝낼 Z의 세대 연결 기술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나오면서 광고는 끝난다. 카니발 자동차가 이렇게 감각적인 자동차였나 싶을 만큼 광고 효과는 확실해 보였다. 차 구매까지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XYZ 세대가 뭔가.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지 세대(generation)를 구분 짓는 분류표가 생겨났다.        


_ X 세대: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_ Y 세대: 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_ Z 세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었는지, 세대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었는지, 세대를 구분 지어 그 세대에 맞는 물건을 팔기 위한 광고 상술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수많은 알파벳 세대 안에 갇혀 있는 듯하다. 가끔은 세대라는 단어로 분류되지 않고 출생연도라는 숫자로만 나눠져도 좋으련만. 요즘은 뭔가를 더 알아야 하고 더 찾아야 한다는 게 꽤 번거롭고 귀찮은 일로 다가온다. 신조어는 계속 쏟아지는데 그나마 알고 있는 단어는 입안에서만 맴돈다. 나는 말 못 하는 세대로 분류해야 할 판이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세대를 나누는 것은 또 다른 불통을 만드는 일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X 세대는 이렇고, Y 세대는 저렇고, Z 세대는 그렇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획일화된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듯해서 불편할 때가 있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으니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하고 퉁치려는 것인가. 우리는 세대라는 단어와 상관없이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X 세대도 처음에는 신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고 나름 개성을 뽐내던 세대였다. 지금의 Y 세대가 직장에 들어오면서 꼰대로 불리기도 하고, Z 세대가 태어나면서 감당해야 할 책임감이 늘어서 그렇지. 지금은 어느 세대나 힘든 시기이고 위아래 세대에 끼어 있지 않은가. 조카들을 봐도 그렇다. Z 세대라고 마냥 룰루랄라 행복한 것은 아니던데.      


카니발 광고를 보고 나서 세대 연결 기술보다 Z 세대를 양육하기 위해 X와 Y 세대는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지 더 궁금해졌다. 광고에서 보듯이 Z 세대에게 최신 헤드폰도 사 줘야 하고, 블루투스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도록 최신 스마트 기기도 알려줘야 하고, 뒷자리에 비스듬히 누워서 검색할 수 있는 휴대폰 정도는 사 줘야 하니까.  

    

광고에는 나오지 않지만 학교도 보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학원이나 과외까지 시켜야 하니까. 참 실속 없게도 이렇게 돈을 팡팡 써도 부모 말을 안 듣거나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오면 열 뻗침은 덤으로 받는다. 참 대다. 참 힘든 세상이다. 아래로는 Z 세대의 눈치를 봐야 하고, 위로는 베이비붐 세대를 부양해야 한다. 직장에 나가면 Y 세대 눈치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      


오래간만에 올케에게 전화를 했는데, 몸살이 나서 꽤 오래 아팠던 모양이다.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들다고 대놓고 펑펑 울기도 애매한 X 세대다. 왜 하필 이 시대에 태어나서 댄 세대로, 낀 세대로 살아가야 하는지. 날씨까지 추워져서 그런지 코끝이 더 찡해지네. 힘내라, X 세대!!!


  

* ‘대다’라는 말은 ‘힘들다’는 뜻의 부산 사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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