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는 왜 '블랙' 서비스를 출시했을까
튀는 아이디어와 비주얼, 재치 있는 캐치프레이즈로 눈길을 끈 여기어때가 프리미엄 숙소를 엄선해 소개하는 '여기어때 블랙'을 출시했다. 기존 여기어때가 뿜어내던 젊고, 발랄한 이미지와 자뭇 다른 분위기의 서비스다. 여기어때는 왜 '블랙'을 통해 큐레이션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검은색은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윌 스미스가 착용한 까만 슈트나 '킹스맨'의 영국 신사, 차분함, 그리고 블랙라벨, 블랙카드 등 고급스러움이 연상된다.
과거 숙소는 여행을 위한 ‘보조재’로 여겨졌다. 여행지가 정해지면, 교통편을 알아본 뒤 숙소를 고르고 어떤 걸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최근 숙소가 관광지 방문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닌, 여행의 주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도심 속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hotel+vacance)’, 집이나 숙소에서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등 라이프 트렌드가 등장했고, 수영장 있는 호텔, 뷰가 좋은 호텔 등 특징 있는 숙소를 소개하는 영상은 SNS에서 가장 많이 찾는 ‘킬러 콘텐츠’로 떠올랐다. 좋은 숙소에서 잘 쉬고 오는 게 여행의 이유가 됐고, 그 수요가 따라 증가한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딱 하루의 휴가를 얻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블랙'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하루는 관광지, 맛집을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보내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빡빡한 여행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여행 스트레스를 얻을 수 있다.
개념을 바꿔, 평생 기억될만한 꿈같은 숙소에서만 온전한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오너의 철학과 지역 문화를 한껏 품은 공간에서 먹고, 쉬고, 잠자며 내 하루를 맡기는 것이다.
"숙소가 여행의 목적이 되도록 여행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죠. 숙박업계의 ‘미쉐린 가이드’를 목표로,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 거예요."
-오정수 블랙팀 총괄-
블랙은 숙소 하나로 여행 목적을 설정해도 될만한,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엄선했다.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호텔, 오너의 철학과 이야기가 담긴 렌트하우스, 이색 경험을 선사하는 풀빌라 등 숙소에서 머무는 것만으로 여행이 완성되는 곳들이다. 특정 숙소가 왜 좋은지, 고객이 찾을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문가가 고민하고 답을 내놓는다.
‘블랙’이 지니는 의미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인식전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어때는 2014년 중소형호텔(모텔) 앱으로 시작해 2017년 호텔, 리조트, 펜션, 모텔, 게스트하우스, 캠핑·글램핑, 한옥 등 전국 5만 곳 숙박정보를 보유한 종합 숙박 앱 서비스로 진화했다. 그리고 2018년 6월, 액티비티 서비스까지 론칭하면서 월 300만이 사용하는 우리나라 대표 종합숙박·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여기어때, 모텔 앱 아닌가요?”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게 여기어때는 ‘중소형호텔 정보 위주의 서비스’란 인식이 남았다. 여기어때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키워드 ‘즐거움’, ‘솔직함’, ‘당당함’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적립하고 대중에게 여기어때를 각인하는 역할을 했지만, 한편 ‘젊은 층만 사용하는 앱’이라는 편견을 만들었다. 이용자층을 넓히고, 다양한 구매 욕구를 지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어때는 이미지 확장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여기어때가 모텔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숙소정보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걸 인식시킬까. 프리미엄 숙소가 지닌 ‘상징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유니크하고 럭셔리한 숙소만 추려 보여줌으로써 고객이 인식하는 여기어때 상품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
지금부터 1년 전, 블랙팀이 꾸려졌다. 우선 과제는 ‘블랙’의 정의. 어떤 방향성을 갖고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우리 가치의 교집합을 찾으니, 답이 도출됐다.
최상의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숙소를 엄선해
차별화된 가치를 소개하는 프리미엄 큐레이션 서비스
여기어때 블랙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며 고객은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경험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고급’ 숙소라는 표현을 지양하고, ‘프리미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고급’은 ‘고가의’, ‘비싼’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프리미엄’은 숙소의 철학과 가치, 희소성, 특별함을 포괄하는 단어다. ‘머무는 곳’이란 개념을 넘어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숙박시설을 해석했다.
프리미엄 [premium]: 뛰어나게 우수한, 특제의, 고급의
블랙 숙소 선정 절차는 까다롭다. 리서치(1단계)와 서면평가(2단계), 현장심사(3단계)를 거쳐 선정한다. 서울, 경기, 제주, 강원 등 지역별 여기어때 사용자 평점이 높거나 SNS 등 온라인 선호도가 높은 숙소 200~300곳을 선별한다. 그리고 오너의 경영 철학, 건축학적 상징성, 역사적 가치, 부대시설, 객실 청결 및 컨디션, 다이닝 퀄리티 등 70여 개 항목으로 된 서면 평가를 통해 한 번 더 엄선한다. 2단계 평가를 통과한 숙소는 지역별 20~50개 수준. 이들 후보는 숙소 큐레이터가 직접 머물며 현장 심사를 한다. 서면평가가 맞는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1차 평가에 통과한 숙소라도 현장심사 기준에 미달하면 과감히 걸러냈어요. 고객 신뢰 형성이 가장 중요해서죠.”
- 노윤수 숙소 큐레이터 -
“숙소가 지닌 가치에 주목해요. 브랜드 헤리티지(Heritage, 유산)를 지녔거나 뚜렷한 타깃과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시설과 디자인, 매력이 있어야 하죠. 각자 스타일이 있는 공간은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해요. 객실의 청결 상태, 침구의 질은 기본이죠”
- 양여주 숙소 큐레이터 -
숙소 큐레이터가 엄선한 숙소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가 다음 과제다. 초기 여기어때 블랙은 웹 매거진 형태로 기획됐다. 여기어때 첫 화면에서 ‘블랙’ 메뉴를 선택하면 숙소 큐레이터가 제작한 매거진이 정렬되는 형태. 숙소 매력을 구현하기 좋았고, 타 예약, 정보 서비스도 흔히 사용하는 형식이지만, 숙소 예약까지 허들이 많다는 점이 큰 단점이었다. 고객이 숙소를 예약하려면 매거진 페이지에서 벗어나 다시 해당 숙소를 검색해야 했기 때문.
결국 다시 본질로 돌아갔다. 고객이 여기어때를 이용하는 이유는 ‘숙소 검색과 예약’이다. 과감히 기존에 축적해놓은 30여 개 콘텐츠를 폐기하고, 다시 시작했다. 고객에게 익숙한 숙소별 상세 소개페이지에 숙소 큐레이터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생생한 체험기를 삽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제휴점 리스트에 ‘블랙’ 라벨이 붙은 숙소를 클릭하면 상세 페이지에서 블랙 콘텐츠를 확인하고 예약까지 가능하다. 또 앱 첫 화면에 ‘블랙’ 메뉴를 신설해 블랙 숙소만 모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1년여에 걸친 프로젝트가 고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경기 풀빌라 림,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 제주 루온토 풀빌라 등 50여 개 블랙 숙소가 공개됐다. 올 연말까지 블랙 숙소를 지속 발굴해 상품을 100여 개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해외 숙소도 선정할 계획이다.
블랙 출시 한 달. 성과는 데이터가 말한다. 서비스 론칭 이후, 블랙으로 선정된 50여 개 숙소 페이지를 클릭한 이용자 수는 3배(203.4%) 증가했고, 일평균 예약 거래액은 한 달 사이 51.4% 늘었다.
“블랙으로 선정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소 측에서 먼저 문의가 오고, 타 예약 서비스에 입점하지 않던 콧대 높은 풀빌라나 리조트가 우리와 단독 제휴를 맺는 사례도 생겼죠.”
- 오정수 블랙팀 총괄 -
앞으로 블랙팀의 과제는 고객과 더욱 탄탄한 신뢰 구축이다. 블랙은 좋은 숙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블랙과 신뢰를 쌓는다. ‘블랙의 숙소는 좋다’라는 인식에서 ‘블랙으로 선정된 숙소는 분명 좋은 숙소일 거야’, ‘믿고 예약하는 블랙’으로 브랜드 핵심가치를 구축할 것이다.
여기어때 블랙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