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새해가 되었다. 늘 그랬듯 해가 바뀐 것에 특별한 감상은 없다. 숫자가 바뀐 것을 조금 즐길 뿐이다. 날마다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쓰는 편이라 2021이라 쓰던 것을 2022라고 쓰면서 약간 수줍었다. 뭘 수줍기까지 하나 싶겠지만 어쨌든 첫 만남이니까. 무슨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처럼 '어서 와 2022는 처음이지. 더구나 1월 1일이야.' 하고 숫자가 내게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랄까. 1월 1일이라는 숫자의 단순함만으로도 새해 첫날은 기분이 단정해진다.
단정한 기분에 맞는 음식이라면 단연 떡국이다. 나라마다 새해 음식이 있을 테지만 하얀 떡국만큼 한 해 시작으로 어울리는 음식은 드물지 않을까. 쌀로 긴 가래떡을 만들고, 조금 굳혀 가지런히 썰고, 뽀얀 국물을 내어 끓여 먹는 음식. 긴가래떡은 장수를, 동전 모양으로 무수히 썬 얇은 떡은 많은 재물을 상징한다고알려져 있다. 지금은 굳이 방앗간 가서 가래떡을 뽑고 힘들여 썰지 않아도 되는 시대. 장바구니 들고 나서는 수고 없이 온라인 상점에서 손쉽게 떡국떡을 살 수도 있다.
떡국은 사실 새해가 아니어도 겨울철 아침으로 자주 먹고 있다. 추울 때 생각나는 건 따끈한 국물 음식이고, 떡국은 아침으로 먹기에 간편하고 만만하다. 떡과 참기름, 마늘, 소금만 있어도 그럭저럭 맛있게 끓일 수 있다. 새해 첫날 떡국은 그래도 특별히 정성을 들여 갖은 재료를 다 동원했다. 마늘, 대파, 표고버섯, 감자, 두부. 모두 사용하기 좋게 손질해 냉동실에 저장해 둔 것들이다.
☞새해 떡국 끓이기
1. 떡국떡은 두어 시간 미리 물에 담가 불려 놓는다
2. 냄비에 편으로 썬 마늘 두 줌, 참기름 두 큰 술 넣고 약한 불에 볶다가 채 썬 버섯을 넣어 함께 볶는다. 불을 끄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3. 참기름에 볶은 마늘과 버섯은(나중에 고명으로 쓸 용도로) 반을 덜어 두고, 남은 것에 물을 부어 끓인다. 이때 감자와 두부를 넣고 소금 간을 한다.
4. 국물이 끓을 동안 달걀을 준비한다. 1인분에 달걀 한두 개 분량, 맛소금과 참기름을 조금 넣어 젓가락으로 휘저으면 된다. 참기름이 들어가면 달걀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5. 국물이 끓으면 불린 떡을 넣고 2분가량 저어준 뒤 풀어 둔 달걀을 가만히 끼얹는다. 연이어 대파를 넣고 이내 불을 끈다. 그 사이 휘젓지 않아야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달걀이 한 곳에 모여 폭신하게 익는다.
6. 고명으로 마늘 버섯볶음과 자른 김을 올리고 동치미나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새해 첫날 먹은 떡국과 동치미, 배추김치, 비름나물
마을에서 몇 년전 집집마다 나눠 준 전자 달력. 어둠 속에서도 날짜와 시간, 온도가 잘 보인다. 13은 실내 온도, 초록 숫자는 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