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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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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Jul 14. 2022

여름 일기

  흐린 날이 이어지더니 비가 다시 시작되었다. 실내 습도 70프로가 넘는 나날. 물속에서 사는 기분이다. 지구의 70프로는 물. 인체의 70프로도 물. 이러다 팔다리 대신 지느러미가 생기고 수중 호흡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팔다리가 없다면 좀 단순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도 필요 이상 공격적이 될 수 없고, 재산이나 욕망을 축적할 수도 없다. 그러고 보면 인류와 동물의 구분은 팔다리의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도 같다. 머리는 생각해 내고 팔다리는 그것을 완성한다. 바퀴를 만들고 문명을 만들고. 이젠 컴퓨터 앞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도 굴러가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바퀴도 자연이라는 테두리를 넘어가진 못한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고 놀라운 기술을 개발해도 우리의 삶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 몸소 호흡하고, 움직이고, 먹고, 소화하고, 수면을 취해야 한다. 한 번 시작된 생은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실제의 체험만으로 나아간다.


  얼마 전 읽은 책엔 이런 대목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왔고 또 나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해왔다. 항상 그랬다. 모든 것은 환상이고 환상 외엔 아무것도 없다. 사람은 말을 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즉 생각하는 것이 의식되자마자 거짓말을 하게 된다. 진리라고는 생리적인 삶밖에 없다.”   

  페인 작가 우나무노의 장편 <안개> 나오는 말다.


  자주 비가 내리는 요즘, 란한 빗소리에 종종 잠에서 깨어난다. 그럴 때면 세상에 고스란히 나만 존재하는 기분이 든다. 일어나 물을 끓고, 큰 컵에 물을 따라 천천히 마신다. 

  '확실한 건 생리적인 삶밖에 없다.'

  것으로 세상은 복원된다.




*안개」 168쪽. 우나무노. 조민현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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