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에 들리던 소쩍새 소리가 가을밤에도 들려온다. '소쩍소쩍' 소리는 수컷이 짝을 부르는 소리라고 한다. 아직 짝을 못 만난 것일까. 아니면 봄밤에 새로 태어난 어린 소쩍이가 여름내 자라 가을에 짝을 찾는 것일까. 소쩍새는 여름 철새라고 알려져 있는데 정작 여름밤엔 소리를 별로 들은 적 없다. 소쩍새 생태도 모르겠고 하니 그냥 내 기분대로 봄날의 그 소쩍새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직 짝을 못 만난 게 아니라 짝 없이 혼자 살기를 택한 거라고.
자연이라고 한결같을까. 사람 세상도 짝 없이 혼자 살기를 원하는 1인 가족이 많아지고 있다. 동식물과는 다르겠지만 지구도 자생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환경을 적절히 유지하여 많은 생물을 살게 만든 것은 신도 인간도 아닌 지구의 자생력일 거라고. 지금은 지구 생존을 위해 가장 위험인자인 인구의 수를 줄여나가기로 자체 시스템이 가동 중인 것 같다. 연구나 분석이 아닌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느낌을 앞세운다면 말이다.
자연은 전체일 뿐 특정 대상을 모르겠다. 나 또한 나의 전체일 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범신론적으론 모든 게 신이듯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나라고도 할 수 있으니. 달리 생각하면 이조차무관할 수도 있다. 내 몸이나 정신은 끊임없이 살 길을 찾아 한시도 멈추지 않고 가동될 것인데, 나는 그들을 모르겠고 급기야 상관없는 듯도 여겨지니 말이다.
새벽 공기가 차가워졌다. 이제야 가을다운 날씨가 되었다. 내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진 모르겠지만 다행스러운 건 이런 것이다. 가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