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빵 만드는 법
해가 바뀌었다. 신축년, 육십 간지 중 서른여덟 번째로 하얀 소의 해라고 한다. 새로운 해엔 어떤 일들이 기다릴까, 해마다 새해를 맞으면 들던 생각이 올해엔 들지 않았다. 그냥 난로에 불을 피우고 떡국을 끓여 먹었다. 묵은 근심도 섣부른 희망도 없는 담담한 맛이었다. 따끈한 국물이 필요한 요즘 가장 자주 먹고 있는 음식이 사실 떡국이다. 떡국 떡은 늘 냉동실에 들어 있다. 냉동된 떡은 찬물에 담가 하루나 반나절 정도 불려두어야 한다. 떡국 국물 내는 데는 마늘이나 파를 쓴다. 표고버섯 넣는 것도 좋아하지만 없으니 생략. 약한 불을 켜고 참기름에 마늘과 파를 볶는다.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면 소금을 적당히 넣고 물을 붓는다. 물이 팔팔 끓을 때 불려놓은 떡을 넣는다. 마지막에 달걀을 풀고 김을 올린다. 재료도 과정도 간단한데 맛있다. 하얀 국물에 하얀 떡. 매끄럽고 찰지고 구수한 맛.
떡국을 먹은 직후 딸 고운비에게서 카톡이 왔다.
새해 첫날 꿈은
코로나 걸린 꿈...ㅋㅋㅋ
아무리 재도 열이 40도로 나와
내가 자진해서 나 코로나 걸린 거 같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척추에 주사 놨어...ㅋㅋㅋ
답변을 보냈다.
대박 꿈이네. 몸 중심 척추에 미리 예방 주사 맞고
올해 만사형통,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여~♥♥♥
꿈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코로나 걸린 꿈이 대박~ 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좋은 방향으로 풀면 된다. 간혹 딸애가 꿈 이야기를 해오면 나는 늘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해서 보낸다. 딸과 문자가 계속 오갔다. 연말엔 좀 바빴는데 일이 잘 마무리되어 이제 한 며칠은 집에서 편안하게 보낼 거라고 했다. 서울에 방 한 칸을 지니고 혼자 사는 딸이지만 애잔하지는 않다. 음식 만들어 먹고 청소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산골의 엄마와 이모에게 늘 새로운 소식과 밝은 기운을 보내오는 아이다.
그 뒤 가족 단톡방에 언니의 연하장이 도착했다.
"신성한 흰 소의 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어요."
나도 음악소리에 카드가 열리며 새해의 복을 전하는 이모티콘 카드를 올렸다. 연이어 남동생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해요~ 엄니 아부지와 우리 가족 모두 올해 더욱 건강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봅시다^^ 모두 사랑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떡국을 먹었는데 가족들과 주고받은 몇 마디 인사로 새해의 기운이 충족됐다. 좋은 말의 힘이란 그렇다. 아무리 해도 물리지 않고 힘이 북돋워진다.
새해의 기분으로 노트북을 켜보았다. 뉴스를 대충 훑고는 내 브런치 화면에 들어가 보았다. 이런!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겼는지, 얼마 전 써서 올린 ‘당근 김밥’이 거의 십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내 글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가지 김밥’을 제쳤다. 가지 김밥은 9만 2천 회, 당근 김밥은 9만 8천 회. 이 정도 조회수라면 다음 홈피의 홈‧쿠킹에 글이 노출되었나 보았다. 작년 가을, 브런치를 막 시작한 뒤 어느 하루 조회수가 마구 올라 깜짝 놀랐다. 처음 조회수 몇 천이 넘어간 글은 '임시 개통 세상'이었다. 그다음은 '강아지를 사랑한 고양이'. 그럴 때 다음 홈피에 가보면 거기에 내 글이 소개되어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산골 내 마당의 한 장면, 식탁에 놓였던 음식이 매체를 타고 공개가 되는 것도 그렇고 그걸 읽은 수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도 그랬다.
해가 바뀌는 동안 새로운 메일도 와 있었다. 당근 김밥을 읽고 보낸 메일이었다. 브런치를 통해 누군가 메일을 보낸 건 처음이었다. 당근 김밥 글에 나온 감자빵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다고 했다. 감자빵이라! 먹은 지 까마득하게 느껴져 나도 그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아하, 어쩌다 만든 감자빵이었구나. 밥을 할 때 종종 감자 몇 알을 올려 함께 익히는데 그날도 그랬다.
잘 익은 감자가 있으면 감자 샐러드를 만들게 된다. 감자 샐러드가 있으면 또 여러 가지 특식이 만들고 싶어 진다. 감자 피자, 감자 케사디아, 크로크무슈, 감자 샌드위치, 감자빵. 가능한 것들이 연쇄적으로 떠오르다 한 가지 메뉴에서 불이 켜진다.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감자빵. 메일을 보낸 분께 레시피를 따로 보낼까 하다 혹시 또 궁금했을 다른 분들을 위해 이번 글에 소개할 생각이 들었다.
감자빵은 감자와 양파가 들어간다. 내가 만드는 별식은 거의 그 두 가지가 주된 재료다. 특히 양파는 보이지 않게 웬만한 음식에 다 들어간다. 평소 양파를 대여섯 개 한꺼번에 볶아놓고 양념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나물무침, 찌개, 볶음밥, 국수 어디나 들어간다. 반찬 하기 귀찮을 땐 양파 볶음만 밥에 비벼 먹어도 별식이 된다. 기름에 양파를 볶다가 맛소금만 약간 친 것이 양파 볶음이다. 다지거나 채 썰거나 모양은 내키는 대로다. 그 양파 볶음에 삶은 감자를 으깨 간을 맞추면 감자샐러드가 된다. 그 감자샐러드로 뭘 만들지에 따라 올리브유나 코코넛버터 같은 게 추가된다. 나는 그날 코코넛채를 갈아 섞었다.
자, 그럼 이제 기억을 더듬어 감자빵을 만들어 본다. 개량 저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그냥 감으로 만드는 것이라 곤란하지만 최선으로 적정 분량을 떠올려 보았다.
<감자빵 만들기>
1. 발효 반죽을 만든다- <재료> 밀가루 4컵, 물 2컵, 소금 1작은술, 설탕 1 작은술, 드라이 이스트 1작은술, 식용유 4큰술. <순서> 냄비에 물 2컵을 붓고 소금과 설탕을 타서 미지근하게 불에서 데운 뒤 드라이 이스트를 넣어 섞는다. 그곳에 식용유(포도씨유, 올리브유, 버터 등 취향 껏)를 넣어 실리콘 주걱으로 저으며 밀가루를 부어 반죽을 한다. 호떡 반죽보다 약간 되직한 정도가 되게 밀가루를 더하거나 뺀다. 상온에서 8시간 정도면 발효가 되는데 가끔 실리콘 주걱으로 반죽을 늘였다 모양을 잡는 식으로 탄력이 생기게 하면 좋다. 발효를 빨리 하려면 25도 이상 되는 환경에 두면 서너 시간 만에 발효가 된다. 반죽이 두 배 이상 부풀고 발효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나면 발효 반죽 완성. 쓸 만큼만 두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며칠 더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보통 전 부칠 정도의 농도로 묽게 반죽을 해서 냉장고에 하루 이틀 넣어 두었다가 만들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에 맞춰 밀가루를 추가해 농도를 맞춘 뒤 상온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식으로 한다. 그래서 냉장고에 늘 발효 반죽이 있는 편이다.
2. 손바닥에 식용유를 바르고 원하는 크기로 반죽을 소분해 둥글게 만들어 둔다.
3. 양파를 다져 볶은 것에 감자를 으깨 소금 간을 한 감자샐러드를 그릇에 꼭꼭 눌러 담은 뒤 소분한 반죽 수량만큼 선을 그어 한 번에 넣을 양을 가늠해 둔다.
4. 소분한 반죽을 손으로 늘려 송편 만들 듯 감자샐러드를 한 스푼 씩 떠서 속을 채우고 둥글게 모양을 만든다. 겉에 빵가루나 코코넛채를 묻혀(없으면 생략) 오븐팬에 놓는다.
5. 180도에 20분가량 겉이 노릇해질 때까지 오븐에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