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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May 13. 2021

오월의 소풍

쑥 주먹밥과 머위 장떡

종종 마당으로 소풍을 간다. 소풍엔 도시락이 필수. 집안에선 평범한 음식도 마당에선 별식이 된다. 그러니까 도시락을 먹기 위한 소풍이다.


오늘 도시락은 쑥 주먹밥에 머위 장떡. 


아침 텃밭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기 전 쑥과 머위를 뜯다. 오월 쑥은 향이 진하다. 한 뼘 이상 크게 자라 금방 수북이 뜯을 수 있다. 


쑥을 뜯고 있자니 뻐꾸기가 '쑥국 쑥국' 점잖게 권한다. "오늘은 쑥국 ." 뻐꾸기에게 괜히 답하게 된다. 뻐꾸기 일종이라는 두견새는 좀 요란하다. '쿄쿗, -깃쿄쿄, 쿄쿗, -깃쿄쿄' 다 그만두고 놀자 꼬시는 것 같다. 산비둘기 소리는 왜 내 귀에 번번이 '두 시의 스페셜, 두 시의 스페셜'로 들리는 걸까. 그렇잖아도 도시락 싸서 점심 먹을 시간이 얼추 오후 두 시. 그야말로 두 시의 스페셜이다. 일 시끄럽기론 꿩이다. 이름대로 '꿔-' 울림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낸다. 그래 봤자 이곳 터줏대감 까마귀다. 따금 서늘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위엄 있게 마당 위를 선회하며 직한 오선을 긋는다. '악-악-악-악-' 

그 밖에도 초핏초핏, 삐요롱삐요롱온갖 새들의 소리. 까마귀만 자주 보는 사이다. 우리 마당 옆 벼랑 위 키 큰 낙엽송 위에 둥지가 있다. 내가 지은 이름은 이다. 탑은 마당에도 자주 내려오는데, 가까이 보면 꽤 멋있다.     


일을 키우지 말고 쑥과 머위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쉽지가 않다. 보이는 순간 참지 못하고 손이 뻗어간다. 참취, 개미취, 당귀까지 바구니에 담긴다. 벌써 한여름 날씨. 서둘러 나물을 다듬는다. 볕이 뜨거워 바구니 안의 나물은 이미 풀이 죽었다. 파라솔 아래 탁자에 펼쳐 놓으면 숨어 있던 작은 생명들이 바삐 탈출한다. 탁탁 털어가며 쑥과 나머지 나물, 두 종류로 정리한다. 쑥은 쑥밥을 만들고 나머지 나물은 머위와 함께 모두 장떡에 넣으면 된다.    


서너 번 물에 씻어 쑥부터 데쳐낸다. 잘게 썰어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다. 미리 해서 한 김 식힌 잡곡밥에 섞으면 쑥밥 완성. 감자와 고구마는 밥 위에 찐 것을 썰어 소금 톡톡 뿌린 뒤 전분에 굴려 프라이팬에 굽는다. 머위와 나머지 나물 데친 것 역시 잘게 썰어 된장 한 스푼, 밀가루 두 국자 넣어 장떡을 굽는다. 머위는 이제 쓴맛이 강해졌다. 그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돋운다. 머위 장떡, 운 모양새는 그저 그런데 상당히 맛있다.          


날마다 새로 돋는 이파리들을 먹고 있다. 식물 이파리에서 만들어진 당이 지구 생명을 지켜고 있다 한다. ‘랩 걸’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이다.  이파리들은 당을 만든다. 무기물에서 당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우주에서 식물이 유일하다. 우리가 태어나 먹은 당은 모두 식물의 잎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뇌에 포도당을 계속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우리는 죽는다. 상황이 나빠지면 간은 지방이나 단백질에서 포도당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지방과 단백질도 애초에 다른 동물이 먹은 식물의 당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이파리들을 대할 때면 겸허해진다. 지난 4억 년 동안 지구를 먹여 살린  이파리다. 파리 가득한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동생을 부른다. 

소풍 가자~.    


쑥과 머위, 개미취, 참취
잡곡밥 위에 찐 감자와 고구마. 머위 장떡
마당에서 먹은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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