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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May 08. 2021

일 년 내내 받은 커피 선물

     준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남았다. 징하게도 작년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온 것을 이제껏 쓰지 못했다. 읍내에 하나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쓸 수 있는 삼 만원 상품권. 산골을 벗어나 가끔 색다른 기분을 즐기라고 딸이 보내온 것이었다. 작년 오월은 코로나 19가 막 퍼지던 무렵이었다. 좀 누긋해지면 가보리라 생각하고 미루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졌고 동생과 나는 읍내 외출을 가급적 삼가게 되었다. 긴요한 일로 읍내에 나가더라도 커피숍에 들르게 되지는 않았다. 딸이 준 선물, 이왕이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을 때 이용하고 싶었다. 일 년 기한이라 느긋했다가 이제 하루를 앞두고 급해졌다. 딸애 말로는 연장도 가능하다 했는데 아무리 홈피를 살펴보아도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안 되겠다. 나갔다 오자."  

  어제 아침 커피를 마시러 온 동생에게 말했다. 딸이 준 선물을 그냥 사라지게 둘 수는 없었다. 오전엔 밭일을 하고 오후 시간을 비워 다녀오기로 했다. 동생은 마스크와 장갑만 착용, 나는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단단히 무장을 하고 읍내에 갔다. 환하게 불 밝힌 매장은 썰렁했다. 손님 둘에 직원 한 사람.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코비드 시대 얼마나 운영이 힘들까 싶었다. 황이 그렇긴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온 것이 미안해졌다.  

  

  한때 우리 깐에는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달에 적어도 두어 번. 나는 주로 에스프레소, 동생은 생크림이 올라간 커피 종류로 주문을 하고는 두어 시간 이상 노트북을 끼고 머물던 가게였다. 산골 집에 인터넷 연결이 되기 전 시절의 이야기다. 까마득하게 여겨지지만 불과 오 년 전인가 그랬다. 그 당시 읍내에서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한 유일한 커피숍이었다. 깔끔한 실내에서 커피 향을 맡으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고맙게 여기던 공간이었다. 그때처럼 오랜만에 카페 분위기를 즐기고도 싶었지만 안전이 우선이니 할 수 없었다. 각자 원하는 것을 골라 집으로 오기로 했다.


  손 소독기와 열 감지기를 통과한 뒤 주문을 했다. 생각보다 구비된 메뉴가 많아 고르는 즐거움이 있었다. 동생은 조각 치즈케이크와 허니 브레드, 나는 인스턴트 블랙커피인 비니스트 한 통과 프레을 샀다. 블랙커피는 무려 100개나 되었다. 아침마다 동생과 원두를 내려 마시고는 있지만 새벽에 홀로 깨어 있을 때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도 필요했다. 동생도 좋아하는 치즈케이크 빵을 받아 들며 행복한 얼굴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 온 것을 사진으로 찍어 문자와 함께 딸에게 전송했다.  

  '작년 어버이날 선물 이제야 받았다네. 아주 만족~ ㅋ 올해 선물은 진작 받았는데.'

   딸에게 답변이 왔다.

  '잘했네 ㅎ ㅎ ㅎ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핸드폰' 

   

  그 말대로 올 어버이날 선물은 핸드폰으로 일찌감치 받았다. 지난달 딸이 왔을 때 새 폰을 사주고 갔다. 지니고 있던 폰은 출시된 지 칠 년 정도 된 것이었다. 배터리가 빨리 닳아 영상을 한 시간 가량 보면 충전을 해야 했고, 기종이 오래되어 호환이 안 되는 앱도 많았다. 브런치 앱과도 호환이 안 되어 그동안은 노트북으로만 브런치를 드나들었다. 특별히 불편한 건 아니었지만 폰으로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 확실히 편리해졌다.


    선물도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주고받는 편리한 세상. 선물을 하려면 품이 꽤 들던 시절이 과연 있었던가 싶다. 그래도 선물은 여전히 마음에서 나온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를 생각하며 행복해진다. 나도 얼마 전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어버이날 선물을 보냈다. 가벼운 터치 몇 번이지만 전달하는 마음은 깊었고, 그 마음을 은 엄마도 흡족해했다. 딸 덕분에 처음 사용해 본  모바일 상품권도 나쁘지 않았다.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실물이 튀어나오는 순간도 즐거웠지만, 유효기간이 다 되도록 상품권을 지니고 있는 것엔 뜻밖의 재미가 숨어 있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카페의 커피 향을 난 일 년 내내 선물 받는 기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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