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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May 25. 2021

이웃 어르신이 주신 마늘종

마늘종으로 만든 세 가지 반찬

 마늘 농사를 하는 이웃 어르신이 전화를 했다. 마늘종을 줄 테니 가져가라는 것. 여든 중반의 남자 어르신인데 커다란 비닐하우스 여섯 동 규모의 농사를 짓고 계신다. 동생과 함께 바구니 하나씩 들고 어르신 하우스에 갔다. 하우스 입구 천막 평상에 마늘종이 담긴 플라스틱 통이 보였다. 마늘은 마늘종이라 부르는 꽃줄기를 뽑아내야 제대로 알이 차서 여문다. 꽃으로 갈 영양분을 뿌리에 모아 마늘을 키우는 것이다. 하우스 안에 있던 어르신이 우리를 보고 나오셨다. 답례로 가져간 땅콩과 식혜를 건네 드리며 나는 비닐하우스 안을 기웃거렸다. 일거리가 남았으면 조금이라도 거들고 싶었다.     

  “다들 와 뽑아가서 이제 할 거 없어. 여기 줄 거만 내가 좀 뽑았지.”    

  통에 든 마늘종을 가리키며 담아가라고 했다.    

 “저희도 뽑아가라 하지 그러셨어요?”   

  꽃대 뽑는 일이 쉽지 않은 걸 알기에 죄송스러웠다.   

 “아 그 손으로 뭘 해.”   

  작물을 나눠 주실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다. 당신 딸도 서울 사는데 밭일은 못한다고 했다. 이사 온 지 여덟 해가 지나도 여전히 우리를 서울내기로만 보신다.     

  “이거 정말 다 가져가도 돼요?”  

  동생이 어느새 마늘종을 바구니에 옮겨 담고 있었다. 마늘종만큼은 동생도 사양 않는다. 작년에도 어르신이 준 마늘종을 무척 맛있게 먹었다. 장아찌로 담근 건 아직도 남아 아껴 먹고 있다.      

  “그럼. 다 가져가. 볶아도 먹고, 고추장에 무쳐도 먹고. 고추장에 무칠 때는 한번 데쳐서 무치면 좋아.”   

  요리법까지 설명해 주시는 자상한 어르신. 너무 익히면 맛이 없다고 소금 넣고 살짝만 데치라고 했다. 냉동해 놓을 때도 데쳐서 넣어두면 오래간다는 것이다. 새로운 걸 또 배웠다. 나도 바구니에 마늘종을 담기 시작했다.      


  “얼마 전 마당에 뱀이 나왔어요.”  

  별 일은 없고, 하는 어르신 말씀에 동생이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별일일세. 나는 웃음부터 나왔다. 그냥 네,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이야깃거리를 꺼낸 건 동생의 애교다. 제 깐에는 어르신의 선의에 답하는 셈이었다. 마을 사람과 마주쳐도 보통은 내가 인사말을 하고 동생은 옆에서 말없이 웃기만 한다.    

  “뱀이? 아이고 놀랐겠네.”   

  어르신이 말했다.   

  “네. 놀랐어요. 꽤 크고 등에 주황색 줄무늬가 있더라고요.”   

  동생이 대답했다. 말이 그렇지 뱀을 보고 그다지 놀랄 동생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산골 마당에 뱀 정도는 가끔 출몰한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에 태연하고, 동생은 죽어 있는 것에 태연하다. 작은 벌레라도 삶의 탄력을 잃은 것을 나는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퍼덕거리다가 고요해져 버린, 그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남은 침묵이 섬뜩하다. 재빨리 피신해 동생을 부른다. 동생도 마음이야 언짢겠지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것엔 담담하다. 내 눈에 띄지 않게 알아서 처리한다. 대신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면 후다닥, 몸을 피한다. 어디로 튈지 몰라 무섭다고 했다. 집안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내가 잠자리채로 생포해 마당에 놓아준다. 동생과 나는 그런 면에서 환상의 짝꿍이다.   

  “붉어? 그럼 무치는 아니고 독 있는 뱀인가. 조심해야지. 물리면 아주 고생혀. 길가로 다니지 말고 길 가운데로 다녀. 먼저 덤비지는 않으니 그럼 괜찮아.”

  “죽었는지 움직이지는 않더라고요. 근데 잠깐 집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없어진 거예요. 한 십 분 정도 됐나 싶은데 어디로 간 건지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그럼 죽은 척 한 게지. 하하.”  

  어르신이 웃으셨다.        


  며칠 전 마당 부추 밭에 나타난 뱀은 독이 있는 꽃뱀 같다고 했다. 동생이 검색을 해보았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다. 죽은 걸로 보여 내게 알리지 않고 혼자 처리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작년에도 물탱크 근처에 커다란 회색 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미 죽어 있었다. 마당 고양이들이 사냥한 것으로 보였다. 마당 고양이들은 사냥한 것을 문 앞에 자주 갖다 놓는다. 나로선 아주 기겁할 일이다. 그래서 아침이면 동생은 내가 나가기 전 한 차례 마당을 돌며 점검을 한다. 고양이들이 잡아오는 뱀은 대부분 어린 뱀이고 반쯤 혼이 나간 상태다. 잡았다 놓아주기를 거듭하며 사냥 연습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럴 때 동생은 맛있는 간식으로 고양이들을 유인하여 뱀이 탈출하게 만든다. 이번 뱀은 발견 당시 영락없이 죽은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마당 어미 고양이 율무가 앞발로 툭 건드려도 꼼짝 않았다는 것이다. 관심을 돌리려고 고양이들을 불러 모아 좋아할 간식을 먹이고, 잠시 뒤 다시 가보니 그새 사라졌다고 했다. 동생은 그때 가까이 있던 까마귀가 물어갔나 싶었다는데, 어르신 말씀대로 죽은 척했을 가능성이 컸다. 나중에 동생이 찍은 사진을 보니 까마귀가 물어가기엔 큰 뱀이었다.         


  아무튼 며칠 지난 일이고 뱀은 스스로 갈 길을 간 것 같으니 이젠 잊기로 했다. 이제 맛있는 마늘종을 먹을 차례였다. 볶음으로 할까 무칠까, 동생에게 물으니 웬일로 직접 해 먹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작년에 내가 해 준 마늘종 요리 중 프라이팬에 구운 것이 가장 맛있었단다. 이번 마늘종은 오직 그 방법으로만 먹겠다고 했다. 궁금할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기름 넉넉히 두른 프라이팬에 적당히 자른 마늘종을 놓고 노릿하게 구운 뒤 맛소금을 친 게 전부다. 대가 굵은 마늘종은 아스파라거스 구이 못지않게 맛있다.    

  “이걸 다?”  

  구워만 먹기엔 양이 많았다.

  “아니, 우선 먹을 것만 굽고 나머진 얼려 놓을 거야. 먹고 싶을 때마다 구우면 되잖아.”       

기특한지고. 좋았어. 그럼 나도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질긴 꼭지 부분은 잘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꼭지도 버리지 말고 잘게 잘라 찌개나 국에 마늘 대신 넣으면 좋습니다)

     

<마늘종으로 만든 세 가지 반찬>  

*어르신이 알려준 대로 마늘종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 한 술 넣고 끓는 물에 데쳐낸 뒤 만들었습니다.   

1.  마늘종 김 볶음- 데친 마늘종을 냄비에 넣고 기름을 둘러 노릿하도록 볶는다. 불을 끄기 전 맛소금으로 간을 하고, 자른 김을 넣고 잠시 더 뒤적거린다. 불을 끈 뒤 참기름이나 올리브유는 취향 껏 첨가.

2. 마늘종 병아리콩 간장조림-데친 마늘종을 냄비에 넣고 기름을 둘러 노릿하게 볶는다. 삶은 병아리콩을 간장 양념에 조린 뒤 불을 끄고 볶은 마늘종과 합친다. 양념: 간장 2, 설탕 1. 말린 홍고추 3개 

3. 마늘종 고추장 무침-데친 마늘종에 고추장 양념을 한다. 양념: 고추장 2, 매실액 1, 참기름 조금.

         

마늘종 김  볶음(마늘종을 먼저 기름에 볶고 소금간을 한 뒤, 자른 김을 넣어 잠시 더 볶는다)


마늘종 병아리콩 간장조림,  마늘종 고추장 무침



마늘종 주먹밥과 마늘종 병아리콩 조림, 작년에 담근 마늘종 장아찌


*마음 약한 분들은 여기까지만 보세요. 아래는 마당에 나타난 꽃뱀 사진~ㄷㄷ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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