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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Jun 15. 2021

마늘종 두부 김밥

김밥의 변주

  동생과 함께 하는 아침 커피 타임. 공동 일과에 대한 의논을 한다. 오늘 안건은 복숭아 따기와 아침 산책 시간 조정. 마당 복숭아가 효소 담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랐다. 오백 원 동전만 한 크기. 발그레 물도 들고 달콤한 향도 풍기기 시작했다. 더 커지길 기다렸다간 벌레가 꼬인다. 산책을 다녀와 바로 복숭아를 따기로 했다.   

  날마다 커피 타임과 함께 거르지 않는 것이 아침 산책이다. 숲 고양이 밥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지만 더불어 즐거운 운동이기도 한 모리 산책. 계절에 따라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아침 아홉 시에 나섰다. 이제 두 시간 당겨 아침 일곱 시에 다녀오기로 했다. 동생도 나도 새벽잠이 어 무리는 없지만 이른 시각 즐기던 여유는 빠듯해졌다. 가장 적당한 시간대는 아침 여덟 시다. 그래도 그 시각은 피해야 했다. 길에서 꼭 마주치는 차량이 있기 때문이다. 친근하게 지내는 이웃 언니네 차가 그 시각 마을 도로를 지나간다. 읍내에 직장이 있는 남편을 출근시키고 돌아오기에, 오며 가며 두 번이나 보게 된다. 처음 몇 번은 반갑지만 계속 마주치면 불편하다. 언제 차가 나타날까 은근히 신경 쓰게 되니 산책을 즐길 수 없다.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기분도 든다. 속도를 늦춰 우리와 번번이 인사를 해야 하는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만남을 피하려면 아침 일곱 시나 아홉 시가 되어야 한다. 어째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러니까 오늘 할 일은 복숭아 따서 효소 담기. 산책은 내일부터 일곱 시로 변경.”  

  동생이 커피를 홀짝이며 안건을 정리했다.  

  “응. 근데 오늘부터 좀 일찍 나서자. 다녀와서 복숭아 따려면 꽤 더울 거야.”  

  나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밤낮 기온 차가 심한 요즘 안개가 짙다. 햇살이 안개를 걷고 나면 이내 기온이 오르는 것이다.       


아침 산책길

  서둘러 커피 타임을 접고 다른 날보다 일찍 나서게 된 산책길. 이웃 어르신 하우스 앞을 지나다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이거 좀 더 가져갈 테야?”   

  어르신 손에 마늘종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  지난 번에도 나눠주신 마늘종. 한참 맛있게 먹었고 냉동실에도 저장이 되어 있다.    

  “어머, 아직도 마늘종이 나와요?”   

  나는 반기듯 말했다. 주시면 고맙게 받겠다는 표현이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오늘 마저 다 뽑았어.”   

  다녀올 때 가져가라며 어르신이 마늘종을 입구 평상에 내려놓았다. 일찍 나선 덕에 또 마늘종을 얻게 되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는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걸음을 옮기며 동생이 종알거렸다. 뭔 말을 하려는 건지. 하여튼 마늘종을 얻게 되어 기쁘다는 것인 모양이었다.        


마당 복숭아나무


  산책을 다녀와 복숭아 따기에 돌입했다. 안개가 걷힌 하늘은 깨끗한 푸른빛이 가득했다. 아직은 선선한 시각. 무성한 초록 잎 사이 알알이 달린 열매를 찾아 바구니에 담았다. 꽃이 유난히 탐스럽더니 열매도 어느 해보다 통통했다. 벌레도 거의 들지 않았다. 작년엔 온갖 나무에 벌레가 꼬이고 진드기도 극성이라 마당에 나가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올해는 선선한 날이 많아 작물이 더디 자라는 대신 벌레도 진드기도 한결 덜하다.

   복숭아는 반 남짓 따고 나머지는 남겨 두었다. 모두 따버리면 나무도 나도 서운할 것 같았다. 들에서 나물거리를 할 때도 그렇듯, 나무를 돌며 열매를 따고 있으면 단순해진다. 그냥 평온하고 기쁘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감지하는 생기로움, 그 선명하고 생생한 감각. 공기의 흐름이 전해주는 기분 좋은 향기까지. 봄엔 꽃을 보게 해 주고 이젠 열매를 주는구나, 나무에게 고마운 마음이 절로 다. 눈앞의 기쁨은 단순하지만 교감은 보이지 않는 까지 확산된다. 그 순간 함께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의 울림이다.        



   오후엔 어르신이 준 마늘종으로 김밥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지난번 마늘종 반찬을 만든 뒤, 김밥도 만들어 볼 걸 뒤늦아쉬웠다. 오이와 가지, 당근, 고추, 부추 같은 길쭉하게 생긴 재료를 보면 김밥이 만들고 싶어 진다. 그중 아직 김밥에 넣어보지 못한 게 마늘종이었다. 김밥만큼 일정한 틀 안에서 응용이 자유로운 음식도 드물다. 얼마든지 변주 가능한 음악 같다. 어르신 손에 들린 마늘종을 보자마자 이번엔 꼭 김밥을 만들어봐야지, 생각에 즐거웠다. 러니까 아침 안갯속을 걸어 산책을 다녀올 때부터 이미 시작된 리듬이었다. 마침 같이 곁들일 두부가 냉장고에 있다는 것도 기분 좋게 떠올랐다. 하얀 두부와 초록 마늘종. 그 색감과 어울리게 검 쌀을 섞어 밥을 해야겠다고, 다음 가락도 저절로 따라왔다. 복숭아를 따면서도 리듬은 계속되었다. 텃밭엔 함께 넣으면 좋을 부추와 깻잎도 알맞게 자라 있었다.     


  재료 손질이 끝났다. 두부는 길쭉하게 잘라 맛소금을 뿌려 물기를 빼 두었고, 깨끗이 씻은 마늘종과 부추도 김밥 크기로 준비해 두었다. 검 쌀을 섞어 밥을 할 땐 소금과 참기름을 미리 넣었다. 거무스름 윤기가 도는 밥을 둥글게 뭉쳐놓고  재료를 구웠다. 네모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도톰한 두부부터 올렸다. 두부 한 면 노릿하게 구운 뒤 뒤집 마늘종을 넣었다. 간간이 맛소금 솔솔 뿌리며, 부추는 불을 끄기 전 넣어 살짝 숨을 죽였다. 이 음을 부르듯 이어지는 움직임.

  

  이젠 모두가 어우러질 차례. 나무도마를 꺼내 김을 놓고 밥을 펼쳤다. 깻잎을 깔고 두부와 마늘종, 부추를 올렸다. 두 손지휘 아래 통통하고 맛깔스러운 김밥 네 줄이 완성되었다. 

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멜로디, 마늘종 두부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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