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그게 뭐죠? 먹는 건가? ①

점점 로맨스에서 멀어지는데

by 체리

연애 초기에는 나름대로 부지런히 연락했던 다니엘이지만-그렇다고는 해도 한국 기준으로 '자주'인 편에 들지는 못했음- 이 연락 횟수는 다니엘이 취업을 하고, 또 내가 취업을 하면서 서서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다니엘의 일이 늦게 끝날 때는 상당히 늦게 끝나는 일인 탓에(최고 기록은 자정 즈음) 이런 연락 문제가 좀 불만스러워도 내가 드러내 놓고 서운함을 표출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연락이야 뭐 그렇다 쳐도 집안일 같은 건 필연적으로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에 더 오래 있고, 위생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성질이 더 급한 내가 할 수밖에 없는 게 큰 문제였다. 지금이야 한참 멀리 떨어져서 지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지만 지난 1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집안일도 한 65~70퍼센트 해본 결과 이건 내 체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무엇보다 성질이 난다- 다시 같이 살게 되는 날 가사의 적절한 분배가 중요 쟁점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연락 얘기로 돌아가면, 각자의 문화에서 연애 시 연락 빈도에 관한 기대치가 무척 달랐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문화의 영향이 60, 성격이 40 정도 되는 것 같다. 예전엔 얼마나 연락을 했는지 생각을 해봐도 '지금보단 훨씬 많이 했지' 이상의 객관적인 수치는 전혀 기억이 안 나기 때문에 요즘은 얼마나 연락하는지를 공유하겠다. 주말 영상통화 (2번..? 서로 약속이 있거나 다니엘이 일하러 가는 주말에는 못할 때도 있다.) 하루에 메시지 몇 차례 정도인데 아주 옛날에는 '얘는 대체 왜 이러지?'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적응이 되어서 나도 연락 빈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절대 '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초탈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이 시리즈 자체가 모든 게 다 정리된 후에 쓰는 글이라 내가 침착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침착할 수 없었다. 내 기본적인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분노와 눈물 사이를 자주 오갔다.

3-1.jpg 이 자식.. 다 튕겨내고 있어..!!

꼭 연락 문제가 아니어도 같이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오늘 저녁 먹고 오면 먹고 온다고 얘기하기', '오늘 일 끝나고 누구 만날 거면 그냥 예의상으로, 내가 안된다고 하지 않을 거 알아도 오늘 파비앙이랑 축구 보고 가도 돼?'라고 묻던지 알려주기. 같은 문제들에 관해 서로 생각이 너무 많이 달라서 여러 번 싸웠다. 주변 프랑스 커플들이랑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프랑스 사람들은 '아니 거 내가 축구를 보겠다는데 왜 내가 여친한테 허락을 받아? 내가 노예야? 기저귀 찬 애기야? 응애냐고' 라고 반응하고, 나한텐 이게 기본적인 예의 중 하나이다 보니 둘 다 절대 냉정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서로에게 기본 중 기본인 가치의 상충이었는데 당시엔 그게 둘 모두에게 '기본'이라는 것조차 몰라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조차 모르고 싸웠다. 개인적으로는 '왜 이 사람들은 즈그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남이 상처 받든 말든 맘대로 해도 된다 생각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몇 번 했지만 이런 생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이별 빼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접어두었다.

3-2.jpg 해달 다니엘의 주식은 늦게 읽은 메시지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화가 나서 '니도 당해봐야 알지'라는 생각으로 대응했다. 다니엘이 메시지에 너무 늦게 반응하면 나도 똑같이 하고, 주말 약속은 바로 전날에 터트리듯 얘기하면서 '너도 니 친구랑 놀던가'라는 식으로 대하고. 그런데 오래가지는 못했다. 일단 안 하던 짓을 하니 마음이 불편했고 나는 성질이 급해서 다니엘이 그 과정에서 뭔가를 느끼고-못 느낄 수도 있고- 내게 질문을 하거나 똑같이 화를 내거나하는 등의 반응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싸우거나 언쟁을 하는 건 방법에 상관없이 마음이 불편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중세 사람들처럼 장갑을 바닥에 패대기치면서 '임마, 한 판 뜨자'라고 말하는 게 좀 더 마음이 편했다는 것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었는지 한 판 뜨자고 말할 기운이 별로 없어서 최대한 덜 감정적인 문체로 '다니엘 님은... 모월 모일 모시에-사실 이렇게까지 자세히 기억 못 함- 다음과 같은 행동을 했소.. 님의.. 이런.. 행동은... 내가 바보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뭐라도 좀 해보시오.' 같은 형식의 메시지를 보낸다. 싸움도 체력이 좋아야 할 수 있다. 체력은 국력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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