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날

멋있는 그사람

by 체리

다니엘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내 글에 보이는 호기심도 커졌다. 귀찮음 때문에 차마 일일이 번역해줄 엄두는 못 내고 있는 나지만 다니엘이 가리킨 썸네일 속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주기는 하는데, 다니엘은 우리가 ‘시공초월 연애상담소 사랑과 뚝배기’ 시리즈의 글이 어떤 것인 것인지 대충 설명을 듣더니 약간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뭐야, 사람들이 나 막 나쁜사람인줄 알 거 아냐…’라고 하는 것이다. ‘사랑과 뚝배기’를 쓸 적에 우리 이번주에 싸운 얘기 써도 되냐는 식으로 한 번씩 허락을 구하긴 했지만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쓰인 그런 글들이 마흔 개 넘게 쌓여 있으면 신경이 쓰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자기를 더 칭찬하라는 다니엘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철저히 내 관점에서 하는 말이지만 ‘사랑과 뚝배기’를 써서 비슷한 상황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댓글창에서의 대화로 시원하게 속풀이도 했다. 쓴지 한참 지난 글에도 공감해주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 나는 아직도, 이걸 안 썼으면 사는 게 더 팍팍하고 더 갑갑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 남자의 좋은 점 …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등 떠밀지 않아도 혼자 생각해서 행동할 줄 안다는 점? 자주는 아니어도 요리신의 메시지를 수신한 다니엘이 주말 아침 비장하게 집을 나설 때가 한 번씩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준 것은 바나나 케잌, 라따뚜이, 초코머핀, 볼로네즈, 칠리 콘 카르네, 그린커리가 있는데 다 맛있게 먹었다. 바나나 케잌과 초코머핀은 좀 남겨뒀다가 내일 먹을 작정으로 하루 자고 일어나면 늘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어서 그렇지… 게다가 여행 계획이나 예약 같은 것도 일정과 동선을 맞춰서 착착 잘 한다. 내가 뭘 시키면 그때그때 상황 따라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혼자 주도적으로 하는 건 골몰해서 즐겁게 하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하고 싶은 걸 계획부터 완료 단계까지 끌고 나가는 추진력이 멋있다.


싸운 상황만 아니라면 하루 종일 어디 처박혀서 책만 읽거나 해야 할 일만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나에 비해 다니엘은 ‘같이 하는 활동’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니엘이 같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드라마를 들고 오거나 주말에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어올 때는 괜히 기분이 좋다. 만약 내가 나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면에서는 꽤 건조한 관계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가 집순이의 본능을 따라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처박혀 있으려 하면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고, 또 같은 집돌이의 입장에서 왜 사회적인 활동이 중요한지 역설하는 다니엘의 존재가 내게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파리에서건 서울에서건 다니엘이 없어도 돌아가는 나만의 세상을 다질 수 있도록 나를 떠밀어주는 사람이 제일 가까이에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다니엘이 자신을 꾸밀 줄 안다는 점도 좋다. 겉모습에 관한 이야기는 둘째 치고 다니엘이 그날그날 셔츠에 어떤 바지를, 어떤 넥타이를 해야 할지 모르고 또 얼굴에는 무엇을 발라야 할지 몰라 얼굴에 버짐이 피도록 그냥 다닌다면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내 책임도 있다 느껴질 것 같아서다. 게다가 나는 남자 얼굴에는 뭘 발라야 하는지도 잘 모르니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누구나 자신의 몸에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다니엘이 그런 부분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려면 본인은 뭘 해야 하는지, 예를 들면 어께가 너무 부해 보이지 않는 옷은 어떤 것인지, 기장은 어때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데에 놀랐다. 성별을 불문하고 스스로를 꾸미는 데에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서였다. 다니엘은 10대 때 맨즈헬스 같은 걸 보고 면도하는 법이나 자신에게 맞는 꾸밈법 같은 걸 연구했다는 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맨즈헬스 잡지를 든 어린 다니엘의 모습을 상상하니 매우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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