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 교향곡은 멈추지 않아

한결같은 이곳 생활

by 체리
4유로를 주자 우리층 다른집 문으로 가서 또 두드리기 시작

12월 15일에 이사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 이야기를 올렸었다. 그 후로 3주가 지난 1월 8일에도 우리 집에는 인터넷이 깔리지 않았다. 이사를 한 게 12월 4일이니 프랑스에서도 별로 복잡하지 않은 문제가 한 달이나 진척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인터넷 회사인 오렌지에서는 1월 10일 방문해서 설치해 주겠다고 했고, 결국 문제는 이날 해결이 되었다. 오렌지는 그 전인 12월 12일에도 방문을 했었다. 하지만 그날 기사들이 여러 차례 드나들며 불안한 기색으로 센터에 전화하는 걸 보니 불안함이 느껴졌다. 인터넷 기사는 미안한 기색으로 내게 Fibre(케이블) Boîtier(박스) Cassé(부서짐)로 조합된 문장을 던졌다. 짙은 망함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그들에게 내 프랑스어가 부족하니 다니엘에게 전화해서 더 설명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다니엘이 받은 설명은 저 세 단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렌지는 프랑스에서 우리나라 통신사 삼대장만큼 유명한 회사이기 때문에 약간 이상하긴 했다. 이 건물에서 오렌지를 쓰는 게 우리집만은 아닐 텐데 말이다. 기사들이 떠난 후 나는 옆집과 윗집을 방문하여 통신사 이용 실태 조사를 해보고 싶었지만 매우 부끄러웠기 때문에 그만뒀다. 아무튼 그날 인터넷 사태는 해결이 안 되었고 그 다음 약속은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1월 6일에 잡혔다. 기사는 3시 무렵에 방문한다 했기 때문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6시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면 딱일 것 같았다. 하지만 3시에 온다던 기사는 5시 20분에 ‘5분 안에 도착한다’고 전화를 하더니 40분이 되어도 오지 않아 어디냐 묻자 ‘미안한데 실수했고 5분 아니라 1시간 걸린다’ 라기에 10일로 약속을 다시 잡았다. 또한 ‘이전에 온 기사님이 우리 케이블 박스 부서졌다는데 전달받으셨냐’니까 ‘그런 소린 쥐뿔도 못 들었지만 뭔지 몰라도 나라면 할 수 있다’는 기사님의 응답에 나는 이 문제의 해결에 두 달도 걸릴 수 있다는 오싹함이 엄습함을 느꼈다. 난 그저 집 인터넷을 원하는 것뿐인데…



결국 인터넷은 1월 10일에 무사히 설치되었다. 기사님은 30분도 안 걸려 설치를 하시더니 “저번에 온 기사님이 케이블 박스 부서졌다고 한건 왜 그런건지 전혀 모르겠네 부서진데가 없는데... 따로 누가 온 것도 아니고..” 라고 하셨다. 와우...



이사를 하면서 다니엘이 전기 회사에 전화를 했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사 가니 (기존 계약에서) 주소지를 바꿔 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전기 회사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전 계약의 주소지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주소지 앞으로 된 새 계약을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2중 요금! 다행히 이 문제는 다니엘이 바로 눈치채고 다음날부터 전화를 걸기 시작하여 이틀 안에 해결되었다. 물론 이 정도면 매우 빠르고 아주 준수하게 해결된 케이스이다.



온대놓고 오지 않는 것은 오렌지(인터넷 회사 기사님) 뿐이 아니었다. 침구 회사 사람들도 몇 월 며칠 몇 시에 온다더니 그날은 오지도 않고 못 온다는 말도 없었다. 그들은 그 주 토요일 세시에 다시 침구를 가져온다며 메시지를 보내더니 결국 우리 집을 방문하지는 않고 집 근처 가게에 택배를 맡기더니 그냥 가버렸다-집 근처 가게에 맡겼다는 것도 세시에 오지 않아 전화를 하기 전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여기서 이케아 얘기를 빼놓으면 섭섭할 거다. 호로 말고 호랑이 새끼 이케아! 이케아는 12월 19일에 결국 배송이 되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것은 의자 두 개, 커버 두 개, 그리고 침대 하나와 탁자 하나였다. 그런데 의자가 어째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것은 막연한 불안일 뿐이었는데 배송 아저씨들이 불안불안한 기색으로 ‘의자 이거 아니지?’라고 말하는 바람에 확실해졌다. 우리는 높은 의자를 시켰는데 보통 의자가 온 거다. 심지어 그 와중에 가구 아래에 붙이는 긁힘 방지 스티커는 오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 오렌지가 오기로 했던 날 아침 맞는 의자들이 도착하긴 했다. 그 와중에 배송 아저씨들은 왜 그렇게 해맑은지.. ‘너 우리 기억하니?’라며 웃는다. 이케아는 자체 배송이 아니어서(즉 아저씨들은 이케아가 아닌 배송 업체 측에서 일하는 것) 그나마 화가 안 났다. 그리고 여전히 긁힘 방지 스티커는 도착하지 않았다. 다니엘은 이케아와의 끝나지 않는 전화 통화에 너무나 지쳐서 긁힘 방지 스티커는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러니까 .. 의자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린 거다. 긁힘 방지 스티커 2개 분량의 돈은 그냥 떼어먹힌 거고.



아직 안 끝났다. 우리는 12월 4일에 이사를 했고 12월 17일에 부동산과 만나 열쇠를 돌려줬다. 전 집에 사람이 살지 않는 동안은 내가 가서 청소를 했고, 자잘한 물건들을 전 집에서 새 집으로 날랐다. 나는 청소에 꽤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파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청소 서비스의 대부분보다는 뛰어난 청소를 했다고 자부했다. 특히 청소를 트집 잡아 보증금을 깎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동기는 충분했다. 그런데 부동산 사람들은 이전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청소 상태를 보기도 전에 ‘청소는 한번 돈 내고 싹 해야겠죠?’라는 거다-보증금에서 까겠다는 의지를 넌지시 어필한 것-. 함께 집에 들어간 후 다니엘이 ‘이거 봐요. 깨끗하잖아요?’라고 하자 부동산 측은 청소에 관해 트집을 잡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에 뭔 냄새가 난다는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내애애앰새애애애?? 4일에 이사를 하고 17일에 이르기까지 2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우리는 그 집에 살지 않았다. 그러니까.. 새 집 냄새에 코가 익숙해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전 집에서 무슨 냄새가 났다면 충분히 알았을 거라는 거고. 다니엘은 거의 7년을 월세도 안 밀리고 산 세입자인데 예쁘게는 못 봐줄망정 냄새가 어쨌다고! 나는 부동산 사람들을 옷장에 가둬버리고 싶었다. 뭐 다행히 그 '냄새'를 핑계로 돈을 떼이지는 않았다.



아직도 안 끝났다. 내가 이케아 침대를 조립한 날 저녁 누군가가 우리 집 벨을 CPR에 버금가는 템포로 누르기 시작했다. 한 손은 노크, 다른 한 손을 벨을 누르는 이 방문자가 아래층 사람일 거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낮 동안 조심을 했다 해도 침대를 만드는 과정이 시끄러웠을 거다. 나 대신 다니엘이 문밖으로 나갔는데, 다니엘은 이상한 종이를 받아왔다. 방문자는 아래층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하며 치킨집 광고지 같은 낱장 달력을 주더니 다니엘에게 돈을 요구했다. 다니엘이 한 명에게 2유로를 주고 보내니 위층에서 또 한 명이 내려와 2유로를 다시 받아 갔단다. 아파트 쓰레기 수거는 시의 소관이었다. 쓰레기 수거인이라는 건 너무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밤새 그 등쌀에 시달리느니 그냥 원하는 걸 줘버리는 게 빨랐다. 그들은 다니엘에게 돈을 받은 후 같은 층 다른 집의 문에 똑같은 짓을 했다. 설마 매달 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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