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이 끝난 후

뉴 노멀의 시대라더니

by 체리

아직 재택 근무로만 업무를 진행하거나 철저히 사원의 의지에 맡기는 회사도 있지만, 이번 주부터 재택을 중단하고 다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 회사들도 많다. 다니엘의 회사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락다운 기간 이후로도 한동안 24시간을 함께했던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늘 소파에서 일하던 다니엘이 없어지니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다. 딱히 집에 안 오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러 간 것뿐인데 말이다. 이 변화로 인해 우리 셋의 삶은 약간 바뀌었다.


원래 아침을 챙겨 먹느니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던 다니엘은 이제 아침에 빵이라도 한 조각 구워 먹고 커피를 마신 후 집을 나선다. 나는 이게 참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저 내가 아침을 챙겨 먹는 편이라서 그런 것뿐이다. 격리 기간 동안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없으니 다니엘의 아침이 더 여유로워져서 좋았는데, 약간 아쉽다.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으니 식재료 소비에 드는 시간이 짧아져서 더 자주 장을 봐야 했지만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던 건 다니엘이 같이 가줘서였다. 나 혼자라면 들고 올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어서 여러 번 가야 했던 것도 다니엘이랑 둘이 다녀오면 한 번에 끝낼 수 있었고, 요리도 둘이 번갈아 하니 생활에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인가! 이번 주 월요일에 욕심을 부려 가며 무거운 짐을 나른 후 이때껏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는 게 말이다. 혼자 먹는 밥이 평소보다 맛없게 느껴지는 것도. 어딘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시종 멍-하니 있는 것도 다 재택이 끝나서다. 하나는 한국에, 하나는 프랑스에서 시차를 사이에 두고 오랜 기간 지냈던 날들에 비하면 전혀 힘들지 않아야 정상이건만. 역시 사람의 욕심이란... 이러다 금방 또 익숙해지겠지만 말이다.


혼자 있을 때면 핸드폰을 자주 본다. 나는 감당도 못 하면서 자꾸 무서운 얘기를 찾아다 읽는 고약한 취미가 있는데 이것은 다니엘이 있을 때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나 이번 주가 시작된 이래로는 다니엘이 다시 출근한다는 사실을 잊고 공포 자료실에 입장했다가 5초 안에 재택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흠칫 놀라며 페이지를 닫는 일이 많다. 옛날엔 내가 읽는 게 한국 귀신 얘기라서 프랑스에 있는 동안은 하나도 안 무섭다고 합리화를 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잘 통하지 않는다(고양이는 전혀 의지가 되지 않고..).


다니엘은 점심을 먹고 나면 꼭 20분 정도 낮잠을 잤었는데 그럴 때면 꼭 고양이가 함께했다. 나는 밤에 자기 힘들어질까 봐 낮잠은 안 자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낮잠 메이트를 잃은 고양이는 요즘 정오쯤 되면 헛헛한 마음을 달래며 크게 울어재낀다.


다니엘은 재택을 하는 동안 2-3일을 빼고 매일 내 머리를 말려줬다. 프랑스에 온 후로 한 번도 자르지 않아 허리까지 오는 머리는 말리기도 일인데 다니엘 덕분에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게 바빠 보여서 혼자 머리를 말리려고 하면 앙칼지게 내 손을 쳐내면서 '다다 살롱입니다~~'를 외치던 다니엘이 당분간 그리울 것이다.


단 한 번도 이렇게 오래 집에서 쉬어본(일을 집에서 한 것뿐이라 쉰 게 아니지만 본인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적이 없다고 락다운 기간 내내 보살의 기운을 뿜어내던 다니엘은 꽤 오랜 기간 학생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파리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갔고, 마지막 교육 기관에서의 공부를 마쳤을 때는 이미 일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공부를 하는 동안도 자잘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부담했기 때문에 이번 락다운은 내향적인 다니엘에게 꽤나 충전이 되는 시간이었다. 함께 열심히 집을 꾸며놓고 정작 나와 다니엘이 오롯이 함께 그 집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는 건 내게 약간의 짠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는데, 이번 재택 기간동안 다니엘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평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훈훈했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또 거기에서 살아가는 나와 다니엘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기간이었다. 이 모든게 코로나 19 때문에 시작된 만큼 마냥 감성적으로 추억할 만큼 가벼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만약에 백신이 나오기까지 나나 다니엘이, 주변 사람들이 큰 일 없이 지낼 수 있다면 먼 훗날에는 재택근무 기간을 꽤 좋게 추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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