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거 해보고 싶었어
부모님의 마음이 다 그런 거겠지만, 엄마는 내가 집에 갈 때마다 얼굴이 상했다고 한다. 아, 쓰다 보니 객관적인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야 맛난 게 먹고 싶으면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게 질리면 또 뭘 먹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여기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한국이랑 맛이 같지도 않고 가격도 무척 비싸다 보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더) 그냥 참고 말지.. 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간다. 위가 약하다 보니 욕심내서 자극적인 걸 먹다가 탈도 자주 나고 말이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 지낼 때보다는 몸무게가 빠져서 집에 가는데 그 영향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복숭아를 짝으로 들여놓고 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엄마의 그 말 때문만은 아니지만 한국에 갈 때마다 사람들에게 얼굴이 상했다는 말을 들어도 좀 곤란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관리'를 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와서 석회를 걸러주는 필터를 사려고 했는데 어르신들의 게르마늄 알갱이 샤워헤드 같은 것밖에 못 찾았기 때문에 다음번에 한국에 갈 때까진 샤워헤드 사냥을 멈출 것 같다.
대체 무엇이 나의 얼굴을 '상하게' 하는 것인가, 한국에서 가져온 마스크팩을 가끔씩 해주고 내 사랑 '때르메스' 장갑으로 각질 관리도 나름대로 해주고 있는데 말이다. 조금 속상했다. 너무 가성비를 중시했던 것인가? 솔드(전국 세일) 기간에 쟁인 이브 로쉐 바디로션으로 다음 솔드까지 연명하는 소비 패턴이 문제인가? 1.5리터 샴푸를 산 다음에 질릴 때까지 쓰는 성격이라서..? 생각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원인까진 잘 모르겠다. 복합적인 게 아닐까. 그래도 프랑스 와서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다면 그건 한국만 오면 값이 껑충껑충 뛰어버리는 화장품들을 나름대로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써볼 수 있다는 것이어서, 약국에 들어가 화장품을 사는 것으로 속상함을 조금 해소했다. 나의 피부 관리 원칙은 '영양은 나중 문제고 뒤집어지지나 않게 하라'이기 때문에, 한국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바이오더마의 시카 크림을 사 왔다. 작년에 프랑스에 온 후로 자른 적이 없어 가슴 선은 옛날에 돌파했고, 이제 허리 선을 향해 진격 중인 머리칼을 위해 헤어 밀크도 샀다. 이들 제품을 쓴지도 몇 개월 정도 됐기 때문에 나도 프랑스에서 화장품 사냥하는 재미에 대해 조금 써보려고 한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올리브영에 들어가면 프랑스 약국 브랜드가 종류별로, 친절하게 설명까지 곁들여서 늘어서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보이는 제품군(예: 시카)은 설명 사진을 찍어두었다. 내가 아직 프랑스어가 모자라서 그런 탓이 크지만 한국 인터넷만큼 프랑스 뷰티 제품에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도 없을 것 같아 화장품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한국 인터넷을 참고한다. 귀를 뚫은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귀 뒤에 여드름이 심해서 고민하던 중 귀 뒤와 여드름이 심한 목 쪽에도 바르려고 시카비오 포마드와 시카비오 크렘을 샀다(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어서). 써보니 시카비오 포마드는 어디에 발라도 너무 꾸덕꾸덕하고 유분기가 있어서 나랑은 맞지 않았고 시카비오 크렘만 바르는 게 그나마 피부가 회복하는 걸 돕는 것 같아 그전까지 쓰던 이솔 화장품을 정리하고 시카비오 크렘을 쓰기 시작했다. 귀 뒤쪽 여드름은 한때 귀걸이를 빼고 몇 달을 지냈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새로 산 화장품으로 수분을 공급해 주면서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 중이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아이돌들이 쓰는 바디로션이나 화장품 정보가 유행했었다. 나는 이 중에 하나는 프랑스에서 사는 게 더 싸겠거니 생각하면서 가격을 검색했는데 그중 트와이스의 나연이 쓴다는 불리 1803의 멕시크 로즈가 한국 가격 대비 나름대로 저렴해서(그 저렴하다는 가격도 비싸다..) 한번 써보았다. 배송료를 포함해서 46유로였고 배송비가 없으면 40유로였으니 여행 와서 사기에도 좋은 선물 같다. 미리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좀 더 바닐라 느낌이 나는 향일 거라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화려한 향이어서 처음 발랐을 땐 조금 슬펐다. 이럴 바엔 그냥 취향이 보장된 오렌지 베르켄 블러섬-나는 레몬이나 오렌지계라면 뭐든 좋아하므로-으로 살 걸 그랬나, 싶었다. 멕시크 로즈는 내가 사 놓고 안 뿌리던 딥티크의 도손이라는 향수와 첫 향이 정말 비슷했기 때문에. 그래도 보습력이 정말 마음에 들고, 다니엘도 좋은 냄새라고 해준 덕분에 잘 쓰고 있다. 비싸서 양껏 못 쓰는 데도 이 정도 촉촉하면 보습력은 정말 좋은 거라 생각한다(!)
올해 산 것 중에서 가장 '쓰는 재미'가 있는 건 단연코 헤어 제품이다. 나는 통행금지 이전에 로레알의 1.5리터짜리 샴푸를 사놓은 적이 있는데(다니엘은 3차 대전이 와도 샴푸 다 못 쓰겠다고 했다) 하필 내가 산 샴푸가 좀 건조했는지 비듬이라곤 모르던 다니엘이 티셔츠에 하얀 가루를 묻히기 시작한 게 아닌가. 죄책감을 느낀 나는 당시 한국에서 막 유명해지기 시작한 다비네스라는 브랜드를 아마존에서 찾아봤다. 이 또한 한국 시장에서의 무자비한 가격에 비하면 (샴푸는 21유로, 헤어 밀크는 24유로, 헤어팩은 23유로였다. 인터넷 기준 록시땅과 가격대는 비슷한 편) 써봄직한 가격이어서 비듬에 좋을 법한 퓨리파잉 샴푸를 샀더니 나름대로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샴푸는 다니엘을 주려고 산 거여서 나의 본 목적은 'OI 올인원 밀크'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허리 선을 향해 진격 중인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자꾸 엉켜서 한번 써볼 목적으로 샀는데 떡지지도 않고 다음날까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을 수 있어서 좀 감동했다. 요즘은 샤워하고 나오면 로레알의 엑스트라 오디너리 오일을 3펌프 해서 젖은 머리에 바른 후 주무르다가 OI 올인원 밀크를 2펌프 하여 더 주물러주고 머리를 말린 후에 한국에서 옆집 살던 미용실 아주머니가 주신 아모스 프로페셔널의 컬링 에센스 이엑스를 조금 발라주면 머리가 매우 촉촉하다. 이것을 다 바르고도 머리가 떡지지 않는 것이 내가 원체 건조한 머리를 가져서인지 아니면 이들이 꽤 괜찮은 케미를 가져서인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재미를 붙여서 누누 헤어팩이라는 것도 산 후 1주일에 한두 번씩 해주고 있는데 가슴선을 넘어서면서 매우 건조하던 머리가 요즘은 정신줄을 좀 잡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 머리는 휴가를 가기 전에 다니엘에게 부탁하여 좀 잘라볼 계획이다..긴 생머리라서 큰일이야 없겠지만... 결과는 나중에 보고하겠다. 나는 (파리) 동네 미용실에서 케라시스 아니면 로레알만 봤는데 요즘 새로 발견한 곳에는 다비네스도 들여놓았길래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달 말에는 다니엘과 여행을 간다(어쩌다 보니 업로드 시점인 지금은 이미 다녀왔네요!). 이 시국에 나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어서 프랑스 남부, 그 중에서도 다른 데보다 사람이 적을 법한 국립공원과 다니엘 친구 부모님 댁 등을 방문한다. 나는 여기에서 또 기회를(!) 발견하고 닥터포포의 망고 코코넛 냄새가 난다는 헤어 & 바디 워시와 컨디셔너를 샀다. 가벼울 거라 생각하고 샀지만 생각보다 컸다. 그래도 차로 움직이는 일정이라 다행이다. 이것들을 다 쓰고 나면 좀 덜 상한 얼굴이 되려나, 어쩌면 위 때문일지도 몰라 요즘은 라면을 줄이고 있다. 그럼... 이 리뷰는 잊을만 하면 또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