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자친구 웃겨보기

니가 웃는 게 좋아

by 체리

* '프랑스 남자친구 웃겨보기'라고 제목은 지었지만 당장 다니엘만 해도 질색팔색하는 항목이 있고 사람마다 유머 코드가 다르니 아직 유머 코드를 파악하지 못한 사이라면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유치한 유머와 좀 더러운 유머에 정색하는 남자친구한테는 시도하지 말기!※


- '그' 단어
나의 경우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건 욕과 생리 현상에 관한 말이다. 특히 까까라는 말은 한국에선 강아지 이름으로 사용할 만큼 흔하게 쓰는 말인데 여기에서는 똥을 뜻하는 아기들의 언어라는 사실이 너무 웃겼다. 내가 조카에게 '애기 줄 까까 많이 사서 집에 갈게' 라고 할 때마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다니엘의 표정이 얼마나 웃기던지. 처음엔 내가 혹시라도 남들 앞에서 까까라고 외칠까봐 까까 금지령을 내렸던 다니엘이 어느 순간부터 내게 물들어 까까를 어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고양이가 유난히 똥을 많이 싼 날이면 까까캣이라고 부르는 등....하지만 이런 말들의 숙명이 다 그렇듯이 초반엔 좀 웃기다고 생각하던 다니엘도 요즘은 까까라고 말하는 내게 아무런 감흥이 없어졌다. 그렇게 까까는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나 가끔 쓰이는 단어로 전락하고 마는데... 그 즈음 친구가 보내준 이 비디오는 나의 언어 생활에 제 2의 까까 붐을 불러온다. 까까는 똥, 부당은 우리의 순대와 아주 비슷한(맛도 유사) 프랑스식 피순대다. 그러니까... 길쭉한 똥덩어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유추한다. 다니엘에게는 매우 유치하고 더럽게만 들리는 모양이지만 내게는 그저 까까(과자) 부당 착복 같은 뉘앙스로만 들린다. 사실 까까가 똥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었다기보다는 까까라고 할 때마다 질색팔색하는 다니엘이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너무 놀리다가 화라도 내면 역효과이기 때문에 너무 까불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 당나귀 트로트로(L'ane trotro) 노래
당시 나는 한국 드라마를 줄이고 프랑스 콘텐츠에 좀더 노출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스캄 프랑스 외 몇몇 영화를 제외하면 내가 찾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프랑스 드라마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고 ...혹시나 하여 들어간 넷플릭스 키즈 메뉴에서 나는 당나귀 트로트로와 조우하고 만다. 나는 원래 아이들이 보는 5분 내외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어른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과감한 원색 배치나 둥글둥글한 캐릭터 디자인이 재미있어서다. 당나귀 트로트로를 보기 전에는 내 불어 수준에 맞을 만한 애니메이션을 몇 개 봤었는데 하나같이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당나귀 트로트로는 매우 허스키한 트로트로의 목소리로 첫 대사를 듣자마자 이유없이 웃음이 빵빵 터지는 것이다. 담배를 피러 나갔던 다니엘은 내가 트로트로를 보면서 낄낄대는 모습을 보고 약간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엔딩곡에서 트로트로가 부는 트럼펫을 흉내내는 것인데 처음엔 좀 어이가 없어도 취향을 존중해준다는 식으로 한 발짝 뺀 상태였던 다니엘이 요즘은 나와 함께 란 트호트호! 란 트호토호! 라고 오프닝곡을 부르기에 이르렀다. 입으로는 싫다면서... 언행이 불일치하는 남자다. 가끔 이유없이 적막한 집안에 트로트로 오프닝 곡의 엉망진창 피아노가 울려퍼지면 다니엘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나는 그게 좋다.


- 데데는 어디있어? (Il est ou Dédé?)

20대 초반인 분들이면 모를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요즘도 옛날 한국전력 CF에 나온 노래를 흥얼흥얼거리곤 한다(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 이렇게 같은 문화권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광고들이 있는데, Il est ou Dédé?, 복권 '데데'가 역시 다니엘에게는 그런 광고 중 하나다. 광고는 두 거위가 돼지에게 이 복권이 어떤 복권인지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거위들은 돼지에게 "이거 봐, 니가 여 위에 있는 주사위들(Des dés)을 긁어야돼" 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돼지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데데(Dédé- 주사위들과 발음이 같다. 둘다 데데. 그리고 복권 이름도 데데.) ? 걔가 어디있는데?" 라고 하면서 마지막에는 큰 소리로 데데를 부르면서 뛰쳐나간다. 다니엘이 언젠가 이 얘기를 해주면서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애들이 다 데데가 어딧냐며 쌩뚱맞은 소리를 해댔다고 했는데, 한참 늦긴 했지만 나도 그 유행에 뒤쳐질 수 없어서 나도 가끔 할 말이 없으면 데데가 어딧는데? 라고 한다. 이번 여행 때도 우리는 담배가게에 물을 사러 갈 때마다 데데 복권을 사서 긁었다. 수익은 2유로밖에 나지 않았지만.


-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Faut qu'on parle)

이 광고도 데데 광고랑 비슷하다. 비뗄이라는 생수 브랜드에서 나온.. 우리네 피크닉만큼 앙증맞은 음료 광고(맛이 민트, 레몬, 그라나딘, 딸기인 걸 보니 프랑스 슈퍼에서 파는 색색의 시럽 탄 물맛일 거라 추정)인데 아이들이 팔짱을 끼고 '엄마,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요' 라고 말하면서 광고가 시작된다. 애들이 물 좀 마셔야겠다고 갑자기 초싸이어인이 되어서 집안을 날아다니는데 이 타겟 맞춤형 광고가 어지간히 강렬했던지 광고를 본 애들이 학교에서 다 괴성을 지르며 날아다니는 흉내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다니엘과 함께 이 광고를 본 내게는 얘기좀 하자(Faut qu'on parle)고 말할 수 있는 유용한 표현만 남았다. 다니엘 말로는 부모님이 이런 말을 하면 대개는 끝이 안좋기(혼남) 때문에 평소에 불어로 소통하지 않는 커플이라면 가끔은 진지하게, 또 가끔은 장난스럽게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캐나다식 프랑스어 욕 (Tabernacle)
나는 회사 생활을 하다가 이 말을 배웠다. 듣긴 들었는데 사전에 찾아봐도 종교적인 해석밖에 안 나와서 집에 와 다니엘에게 물어봤더니 인상을 퐉 쓰며 여기선 아무도 안 하는 말이니까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 무슨 뜻인지나 알아야 쓰던 말던 할 게 아니냐고 보챘더니 다니엘이 마지못해 캐나다에서 제기랄!(Putain)처럼 쓰는 말이라고 했다. 타베흐낰(ㅡ를은 먹는 소리처럼 난다)!! 다니엘은 한숨을 쉬면서 (당시 나는 지금보다 훨씬 프랑스어를 못했다) 어 그래,.. 너는 숟가락, 나이프도 프랑스어로 말 못하면서 이런거 먼저 배우겠다 이거지... 라고 했다. 이런 열렬한 반응 덕분인가 이 욕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배운지 3년이 넘은 지금도 안 잊어버리고 있다. 다니엘이 가르쳐준 다른 유용한 표현들은 금방 까먹으면서....


* 여행을 다녀오니 집에 누수가 생겨 있고... 누수 때문에 온 그릇에 다 석회가 눌어 있고...(이건 잘 안지워지네요 따흐흑..) 그런.. 집에 오자마자 있는 그릇 다 닦아야 하는 약간 환장스러운 귀가였지만 고양이-여행기간동안 캣시터님이 와주심-만큼은 반겨주었습니다. 여행이 즐거웠던 것에 비해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아서 여행 후기를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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