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감자의 날
이 전날 네이버 웹툰 <밥 먹고 갈래요?>에서 삶은 감자가 나왔는데 그걸 읽고 나니 감자가 너무 먹고 싶지 뭔가. 사실 이렇게까지 뭘 먹고 싶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으으 감자.. 감자.. 끙끙 앓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출근 전의 부모님이 나갈 준비를 하고 계시길래 "집에 감자 있어?"라고 물으니 역시나, 없었다. 다시 화장실에 갔다가 2차 수면에 들어간 나는 5천원과 열쇠를 들고 비장하게 집을 나서 2천원짜리 감자 한 봉지를 사고, 채소가게 위로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분식집에 홀린 듯 들어가 천원짜리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 1인분이 1유로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고 말하니 애인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라고 물었고, 천 팔백원을 내어 서울우유의 삼각 커피우유 두 개를 사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행복했다. 꽤 괜찮은, 그리고 느지막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래 맞아, 프랑스에서 지낼 때 나는 이런 하루의 시작이 그리웠던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 아, 참고로 이 집 떡볶이는 맛있다. 감자를 삶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