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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 Jun 23. 2018

개의 곁눈질

물이나 먹어 이 친구야

이번 주에는 배워야 할 것이 있어서 낯선 이의 작업공간을 방문해야 했다. 나는 그 동네에 가본 적이 없었기에 막연히 도심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녹지가 많은 동네였다. 숲에서 길을 잃는 바람에 샌들에 낙엽 조각이 마구 들어갔다. 결국 발바닥이 새까매진 후에야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음수대에서 물을 먹을 참이던 비숑 프리제 강아지가 나를 곁눈질했다. 곁눈질마저 귀엽다니, 개들은 참 부럽다. 이 순간은 대단히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개가 나를 바라본 순간과 내가 개를 바라본 찰나의 시간, 그리고 개의 주인이 개의 시선 끝에 있는 나의 존재를 눈치챈 순간이 마치 눈치게임 같아서 재미있었다. 나는 개가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소중한 물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서둘러서 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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