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꿈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꿈이라고 표현한 지난 10년간의 목표는 카메라를 하나 갖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물량이 넉넉해서 이루기 어려운 목표는 아니었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아마도 17살 즈음이었을 것이다. 동경하는 사람이 쓰는 카메라였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 카메라처럼 우아하고 폭신폭신한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이 카메라는 지금 기준으로는 대단히 비싼 물건이 아니었다. 23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였고, 구하기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며칠 정도 마음먹고 찾으면 곧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문제는 돈이었고, 나는 학생이었고, 안 그래도 담임선생이 집으로 전화를 해 내가 사진을 너무 찍어서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게 걱정이라고 잔소리를 하는 지경이었다. 2년 정도 후에 나는 용돈을 모아 같은 제품군인 검은색 카메라를 샀다. 흠집이 많았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그 카메라는 사용한 지 5년이 좀 넘어서 고장이 났다. 곧 다른 카메라를 샀지만 혹시나 고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남대문부터 충무로까지 바쁘게 돌아다녔다. 가장 잘 해준다는 수리점에 가서 마지막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게 작년의 일이다. 나는 그만큼 이 카메라를 사랑했다. 아직도, 어쩌면 부품용 카메라를 구해서 이 카메라를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잘 보관하고 있다.
햇수로는 11년이다. 나는 이 카메라를 찾고 찾고 또 찾았는데, 늘 한 발 늦거나, 사기꾼을 만나거나(사기를 당하지는 않았다), 돈이 없어 돌아서야 했다. 올해 초 도쿄의 후지 카메라 박물관에서 이 카메라를 봤을 때 얼마나 반갑고 가슴이 저릿했는지 모른다. 살과 피로 이루어진 몸을 가진, 인간 남자 첫사랑보다 더 애달팠고 애틋했던 카메라. 그걸 사랑에 빠진 지 11년이 지난 오늘에야 내 손에 넣었다. 내 첫사랑. 28살이 되어서도 처음 선물 받은 장난감을 여는 듯한 날것 그대로의 흥분을 느끼게 해주는 나의 꿈. 가슴이 뛰어서 쉬이 잠들지 못할 것 같다.